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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펀드 빚는 장인' 김민관 상품전략실장⑥20년간 상품개발 '한우물'…상품개발 프로세스 '체계화' 주역

김진현 기자공개 2021-03-19 13:19:11

[편집자주]

1988년 출범한 한화자산운용은 설립 30년을 기점으로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화생명과의 공조로 든든한 투자자를 확보한 한화운용은 중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경제 거점에 진출하며 아시아 선도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를 필두로 임직원을 5년 만에 2배로 늘리며 공격적인 사세 확장을 흔들림 없이 일궜다. 유상증자로 몸집을 키운 한화운용은 105조원을 운용하는 국내 톱티어 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한화자산운용의 중심에서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8년간 한화자산운용에서 출시된 펀드 중에선 김민관 상품전략실장(사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다. 그는 흙으로 예술작품을 빚어내는 도공처럼 꼼꼼히 모든 상품을 완벽하게 빚어내려고 노력한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상품개발팀을 상품전략실로 격상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배치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상품 트랜드에 발맞춰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조치다. 상품전략실을 이끄는 수장은 2013년 한화자산운용 합류 이후 8년 가까이 상품개발 업무에만 전념해 온 김민관 실장이다.

그는 1998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첫 발을 들였다. 당시 대한투자신탁에서 영업지점, 국제부, 법인부 등을 거치며 8년 가까이 근무했다.

당시에는 투자신탁회사가 증권업무와 자산운용업무를 모두 할 수 있던 시기였다. 이후 운용회사와 판매회사가 분리되면서 내부적으로 어수선하던 시기에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적을 옮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슈로더투자신탁운용과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을 거쳤다. 두 외국계 회사를 거치며 상품 개발, 전략 업무를 수행하면서 금융 선진국의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외국계 자산운용에서 일하던 그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국내 철수를 결정하면서 2013년 한화자산운용에 합류하게 됐다. 이후 그간 자신이 경험해 온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상품개발 프로세스를 한화자산운용에 이식하며 한화자산운용 성장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여한 인물이다. 지난 8년간 한화자산운용에서 출시한 펀드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그가 초기에 한화자산운용에 합류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개발업무는 일당백 구조로 이뤄졌다. 소수의 몇 사람이 금융당국과 상대하는 대관 업무를 중심으로 펀드 출시를 위한 업무를 처리해주는 게 상품개발팀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시기였다.

그는 일당백 방식이 아닌 체계적 방식으로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정비하길 원했다. 펀드를 출시하는 프로세스인 상품개발업무와 아이디어 차원을 발전시켜 상품화를 시키는 상품전략 업무를 구분하고 한 조직에서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상품팀을 마케팅본부에 배치하기도 하고 경영전략본부에 두기도 하면서 상품개발 과정을 체계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했다. 여러 부서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시너지를 도모했으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재편해 힘을 실어주는 쪽을 택했다.

김민관 실장은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하면서 의사 결정이 빨라졌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 아래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전략실이 하는 업무는 크게 둘로 나뉜다. 상품 개발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전략으로 발전시키는 업무가 하나다. 또 다른 하나의 업무는 실제로 펀드가 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상품 개발 업무다.

초기 단계에서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운용역, 세일즈인력, 준법감시인 등이 회의에 참석해 상품 가능성을 논한다. 상품으로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되면 내부 신상품승인위원회를 열어 상품화를 결정한다. 이후 금융당국에 신고를 하는 등 펀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상품전략실은 초기 펀드 마케팅을 위한 인큐베이팅 업무도 담당한다. 지난해부터 '시드캐피탈 커미티'라는 인큐베이팅 프로세스를 도입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 정도의 인큐베이팅 자금을 투입한다. 이를 활용해 트랙레코드를 쌓고 판매사 마케팅에 활용한다.

이렇게 탄생한 펀드들은 리테일에서 각광을 받기도 하고 외면을 받기도 한다. 외면받는 펀드들은 주기적으로 체크해 전략을 변경하는 리빌딩 작업을 하기도 한다. 리빌딩 상품은 중국펀드가 대표적이다. 과거 중국 본토 A주와 H주 위주로 투자했던 펀드는 과창판(커촹반) 시장이 등장하면서 투자 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리빌딩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상품 개발에 관여하면서 안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상품 중 하나가 지난해 출시된 '한화그린히어로증권자투자신탁(주식)'다. 이 상품은 글로벌 투자상품이지만 상품 아이디어를 낸 건 국내주식을 주로 하는 매니저였다.

회사에서는 국내 주식위주로 투자해오던 운용역이 해외 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김 실장 주도로 상품화를 검토해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운용역과 함께 해외 주식 운용팀의 투자 프로세스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점검하며 따졌고 상품화를 시켰다.

그는 "글로벌 운용사 사례를 보면 점차 투자 지역, 투자자산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다"며 "열정을 가진 매니저의 투자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냈고 이후 수익률도 우수해 개인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상품 업무를 해왔지만 글로벌 상품 트랜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웹으로 진행하는 포럼, 세미나가 많아지면서 해외 세미나와 포럼도 놓치지 않고 들으며 글로벌 트랜드를 추적하고 있다.

올해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트랜드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걸 조직 목표에 우선순위로 정했다. 글로벌 트랜드를 따르면서 국내 투자 환경에 맞는 상품을 공급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김 실장은 "개인적으로는 자산운용사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업무를 하는 조직이 상품전략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개별 자산에 대해선 운용역이 가장 잘 알겠지만 상품개발 업무를 하는 사람은 모든 자산에 대해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글로벌 트랜드나 시장 반응 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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