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8%.'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산업 동향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소기본수익률 8%라는 기준치를 제시했다. 국내 은행이 실물경제에 원활한 자금공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요건이다. 금융위기 이후 평균 명목 성장률과 위험가중자산증가율, 배당성향 등을 감안해 계산한 수치다.
해당 연구자료에 힘을 실어준 게 바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다. 그는 얼마전 취임 100일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들이 ROE를 최소기본수익률 기준인 8%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작년 말 은행권 평균 ROE는 5.63%까지 밀렸다.
"은행들이 ROE를 개선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최근 김 회장과의 통화를 하다가 건넨 질문이다. 문득 은행권을 대표하는 수장은 어떤 솔루션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이다. 이론상 수치가 높아지려면 이익이 늘거나 자본금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김 회장은 은행들의 ROE개선 여부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에 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로 갈린다는 주장이다. 글로벌은행들과 ROE 격차가 평균 2~5%포인트 정도 있는 것도 판관비가 가른 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 대비 판관비 비율을 살펴보니 대부분 50%가 넘었다. KB국민·우리·농협은행 등 대부분 50~60%를 유지하고 있는데 글로벌은행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글로벌 기준에서는 이를 효율적인 경영을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나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최근 40%대로 개선했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30%다.
김 회장은 이익증감 추이만 가지고 수익성을 판단하는건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자본금이 증가했을 때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건 당연한 현상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발 대출자산 성장률이 10%에 육박했고 은행권 이자수익이 1조원이나 증가했지만 ROE는 되레 하락하기도 했다.
그간 국내 은행주들이 저평가 됐다는 해석이 많았다. 자산규모, 자본건전성 등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둬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도 채 안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효율경영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ROE가 10% 정도는 되야 PBR이 1 정도가 될까말까할 정도인데 10%는 커녕 은행 본연의 중개기능을 할 최소 수준인 8%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국내 은행들에 대한 이미지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인식되고 있던 셈이다. 실제로 국내은행 ROE는 2007년 14.6%를 기록한 이후 한번도 10%를 넘은 적이 없다.
긴축경영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의 한 축이다. 비용 측면에서 얼마나 내실을 다졌는지가 주요 글로벌 투자관점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 설 은행들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판관비 관리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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