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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흔들리는 LH]빛바랜 역대급 실적…공공성 내세운 민간영역 침해 우려⑥고수익 원천 토지공급…본업부터 신사업까지 일관된 기준 마련 목소리

이윤재 기자공개 2021-04-12 07:20:09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2년만에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직원 부동산 투기로 알려진 비위 사실은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후속조치로 사태방지법과 조직개편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 180조원 규모의 거대조직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에 의해 움직였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더벨이 LH 이사회 선임과정과 운영방식, 감사조직, 소위원회 분석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몇년간 역대급 실적을 내왔지만 시장에서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택지공급에 대해서는 '땅장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붙었고 입찰 과정마다 '벌떼입찰'이라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졌다.

택지공급의 한계를 딛고 확장하는 신사업들도 민간 영역침해라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내놓은 공공 디벨로퍼나 도시정비사업 등에 대해서 민간과 겹치지 않을 것이라 강하게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연간 영업익 2조 중반…고수익 원천 '택지공급'

LH가 최근 5년간(2015년~2019년) 거둔 실적을 보면 평균 매출액은 2조1770억원 영업이익은 2조6089억원으로 집계된다. 연도별 매출액은 2015년 23조75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8년에는 18조338억원까지 줄었다가 2019년 20조5298억원으로 다시 20조원대를 수성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5년 영업이익은 1조4712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3조원을 넘었고, 2018년부터는 2조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해마다 수익을 내면서 2015년 400%에 근접했던 부채비율은 2019년 250%대까지 급감했다.

2019년 사업부문별 경영성과를 보면 공공주택관리사업에서 1조4892억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사업에서 3089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공공주택사업에서 1조3915억원, 산업단지개발과 혁신도시개발사업에서 각각 600억원씩 영업이익을 거뒀다. 사실상 손실보전대상사업으로 묶인 4개 부문에서만 영업손실 2863억원이 났다.

이를 메운 건 일반사업부문이다. 같은 기간 일반사업부문에서 영업이익 3조608억원을 냈다. 이러한 경영성과는 대부분 신도시·택지지구에 대한 토지공급 관련이다. 실제로 LH가 거둔 2019년 토지 관련 전체 매출액은 15조1169억원, 원가는 10조9663억원이다. 나머지 차액이 4조원을 웃도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마진을 보는 셈이다.

LH 관계자는 "일반사업부문에서 발생한 경영성과 대부분은 토지 매각 관련이며 이러한 수익들로 손실이 나는 정책사업에 대해 교차보전을 하고 있다"며 "토지매각은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관련 법령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마진은 그간 LH 토지공급 사업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는 요소가 됐다. 더구나 추첨방식 입찰구조로 인해 벌떼입찰이라는 기형적 현상까지 만들어졌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번 LH의 직원 부동산발 윤리경영 리스크를 만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결국 관할 부서인 국토교통부는 택지공급 입찰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과열경쟁을 야기한 입찰방식에서 벗어나 토지용도, 공급대상자, 토지가격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추첨과 경쟁입찰, 수의계약 등 다양한 공급방법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용지공급 입찰을 보면 다수 업체들이 참여하는 과열양상을 띄고 있다"며 "추첨방식이라는 매커니즘과 함께 부동산 시장 호황이 겹치면서 입찰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낙찰가는 반대로 보면 시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 그 수준이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택지공급 한계' 신사업 박차…공공과 민간 사이 포지셔닝 관건

택지공급이 일정 수준 한계에 도달한 만큼 LH는 수년간 신사업을 모색해왔다. 최근 LH가 내놓은 사업 확장 로드맵은 도시정비사업과 공공 디벨로퍼 등이다. 공공 디벨로퍼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슬로건에 발을 맞추려는 행보로도 읽힌다.

도시정비사업이나 디벨로퍼는 이미 상당히 민간화된 영역이다. LH도 이미 이를 의식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토교통부 주관 간담회에서 민간 영역과는 겹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동산 사업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만큼 완전히 충돌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LH가 하려는 도시정비사업이 기존에 사업성이 떨어져서 개발이 진전되지 않던 사업지를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열린 국토교통부 주관 간담회에서도 민간 영역과는 겹치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건 LH가 나서면 다른 도시공사들도 비슷한 사업모델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LH가 도입한 리츠 사업모델만 하더라도 다른 도시공사들도 최근 인가를 받는 양상이다. 초기에는 민간과 영역을 겹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간다면 같은 기조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다.

최근 번진 직원 부동산 투기논란으로 LH는 조직개편에 직면해 있다. 거대해진 조직에 대해 극약처방이 필요하단 여론이 나오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시나리오만 무성할 뿐이다. 다만 어떠한 처방이 나오더라도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지에는 의문부호가 달려있다. 결국 LH 스스로가 공공과 민간 영역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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