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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제2도약의 명암

박규석 기자공개 2021-04-12 08:12:32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위 말하는 핫한 시장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적은 내부에 있었다.”

최근 만난 한 수제맥주 기업 대표와의 미팅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수제맥주업계가 2000년 초반 이후 새 전성기를 맞았지만 내부적인 이권 다툼은 더욱 심해졌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공생이 아닌 공멸에 대한 우려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02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던 해에 태동했다.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었던 정부는 주세법 개정을 통해 ‘소규모 맥주제조’를 허용했다.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사업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흔히 말하는 라거(lager) 방식이 아니었던 수제맥주는 큰 인기를 누리는 듯했다. 하지만 월드컵 인기가 식으면서 수제맥주를 찾는 대중의 관심도 함께 줄었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사업을 지속하는 곳은 카브루와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세븐브로이맥주 등 손에 꼽힐 정도다.

사실상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수제맥주였지만 지난해부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주세법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허용되면서 대규모 유통을 위한 여건도 개선됐다. 더욱이 국내 대표 수제맥주 기업인 제주맥주가 내달 상장을 예고해 자본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동내 양조장에 불과했던 수제맥주기업들의 편의점과 대형 마트 등에 대한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세븐브로이맥주가 대한제분과 컬래버레이션한 ‘곰표 밀맥주’는 편의점 출시 3일만에 초도 물량 10만개를 완판하기도 했다. 어메이징브루잉 등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수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수제맥주시장이 다시 한번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기존 대형 맥주사의 견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수제맥주업계의 신성장 동력에 제동을 건 곳은 동종업체였다. 일부가 수제맥주의 가정시장 진출과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이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부에만 유리할 뿐 대다수의 수제맥주기업에 해당되지 않다는 이유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제맥주 제조 면허를 기준으로 가정시장과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특히 온라인 판매의 경우 유통 물량 등을 고려할 때 규제가 풀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은 한정되어있다.

다만 양극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이면에는 일반 오프라인 매장 등에 대한 기득권 사수가 녹아있다. 주류 도매상 등 오프라인 유통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관련한 이해집단의 완련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온라인 유통이 가능한 수제맥주 기업들 역시 일반 매장 등에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에 거센 반기를 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행인 부분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수제맥주업계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내전에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전체 주류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만만치 않다. 국내 대형 제조사의 맥주와 수입맥주, 전통주, 와인 등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야한다. 가정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 물량 등에서도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힘들게 잡은 기회다. 2002 월드컵 베이비들이 음주가 가능한 만 19세가 될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이권에 대한 합의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가올 주류 대전을 위해서는 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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