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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리포트]현대오일뱅크, 적게 벌어도 가장 많이 남겼네⑫2011~2020 정유사업 영업이익 최다…정제능력 하위 불구 '고도화비율' 으뜸

이우찬 기자공개 2021-06-15 10:32:32

[편집자주]

국내 정유사는 1년 새 극과 극을 오갔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합계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올라섰다. 손에 쥐고 있는 원유는 그대로인데 유가 및 정제마진 변화에 따라 평가손익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정유업 외에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다. 정유 4사의 사업방향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은 고추가 더 매운 걸까.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후발주자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본업인 정유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고도화설비 경쟁력 등을 앞세워 정유업계 위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년(2011~2020년) 정유사업을 가장 실속 있게 한 정유사다. 가장 적게 벌었지만, 가장 많이 이윤을 남겼다.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사업은 2011~2020년 총 166조445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는 4조262억원을 벌어 영업이익률은 2.4%다. 정유사 중 정유사업부문에서 2%대 영업이익률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업계 1위 SK에너지는 같은 기간 380조2881억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3조7271억원을 벌었다. 현대오일뱅크는 SK에너지보다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에도 더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정유사업에서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GS칼텍스는 현대오일뱅크보다 100조원 이상 더 벌고도 이익을 적게 남겼다.


◇정제 능력 하위권…정유사업 수익성 가장 뛰어나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사업은 위기 때 더 강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지난해와 저유가로 신음했던 2014년이 그랬다.

지난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코로나19로 대규모 원유 재고자산평가손실로 각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손실 6258억원으로 3사 대비 손실 규모가 가장 작았다.

2014년에도 비슷했다. 정유사는 그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3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1조3000억원이었다. 그해 8월까지 유가는 100달러대를 유지했으나 저유가 경쟁이 촉발되면서 그해 12월 60.23달러로 수직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2014년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에서 192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실적도 2024억원의 흑자였다.

2014년 당시 현대오일뱅크의 원유 정제능력은 하루 39만배럴로 SK에너지(84만배럴), GS칼텍스(78만5000배럴), 에쓰오일(66만9000배럴)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52만배럴(대산1공장 16만배럴, 2공장 36만배럴)이고, 자회사 현대케미칼(17만배럴)을 더하면 총 69만배럴이다.

◇정유업 후발주자, 고도화설비 투자 지속 효과

현대오일뱅크가 위기 때 강했던 이유로는 지속적인 고도화설비 투자 효과가 꼽힌다. 정유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비율을 끌어올려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원유 정제능력은 최하위지만 고도화비율만큼은 유일하게 40%를 넘는다.

지난해 기준 고도화비율은 현대오일뱅크(41%), 에쓰오일(39%), GS칼텍스(34%), SK에너지(25%) 순이다.

고도화비율은 중질유분해시설 생산능력을 원유정제능력으로 나눈 수치다.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질 좋고 비싼 경질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벙커C유 등)를 다시 정제해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경질유(휘발유, 항공유 등)를 뽑아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고도화비율이 높다는 것은 똑같은 양의 원유로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정제 생산능력이 타사보다 작아 유가 급락 국면에서 재고자산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비싸게 구매했던 원유 가격이 급락했을 때도 높은 고도화비율로 수익성 좋은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1989년 대산공장을 준공할 때부터 원유정제설비(CDU)에 고도화설비를 함께 만들었다. 이후 1990년대 두 번째 CDU를 건설했고 이후 고도화설비 증량은 지속됐다. 2008~2011년 2기 고도화설지 투자에 2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투자로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17.4%에서 34.4%로 올라갔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원유정제 생산능력이 작아 시황이 안 좋거나 변동성이 클 때 타사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고도화비율을 선제적으로 높여온 것도 업황 변동성 국면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타사 대비 잘 갖추고 있는 고도화설비 덕분에 2014년, 2020년 모두 원가 경쟁력, 수익성 극대화 측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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