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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절대수익 대명사' 전옥희 키움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멀티 전략 능통한 성장주 중심 장기투자…'실력입증 헤지펀드 1세대'

이돈섭 기자공개 2021-06-16 08:40:19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1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옥희 키움투자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상무)은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 1세대 매니저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절대수익 운용전략'이 전무했던 시기, 스스로 발품을 팔면서 각종 운용 전략을 공부했다. 키움증권 재직 당시 한해도 빠지지 않고 절대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노력에 특유의 집요함을 발휘한 결과다.

전 본부장은 '키움K고래 멀티전략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펀드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의 전략 노하우를 집대성한 펀드로, 수익률은 높이고 변동성은 낮췄다. 최근 3년간 운용 결과 세상에 내놔도 되겠다 판단해 최근 기관 대상 마케팅을 시작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리테일 고객에게도 절대수익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 성장 스토리: 소설가 꿈꾸다 산업증권 첫발…애널리스트 커리어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전 본부장의 대학 시절 전공은 영문학. 에드거 앨런 포 소설에 심취해 추리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소설을 잘 쓰려면 생활인이 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 선배가 증권사에 이력서를 써볼 것을 제안했을 때 그래서 솔깃했다. 선배는 일반 제조업체와 비교해 남녀차별도 덜하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증권사라고 했다.

그렇게 한국산업증권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대상 OJT를 돌던 중 리서치 팀장의 '애널리스트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한다'는 말에 마음이 쏠렸다. 상상력을 발휘해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력적이었다. 소설가를 꿈꿔왔으니 분석 결과를 글로 표현하는 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손을 번쩍 들어 리서치 센터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업무 적응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산업증권은 외환위기 파고에 휩쓸려 1999년 파산했고, 현대투자신탁증권과 KTB 등을 거쳐 2000년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에 합류했다. 이후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는데, 운용 일선에 뛰어들고 싶어졌다. 당시 주식운용본부장이 길을 열어줬고, 2007년 IB 본부 PI(자기자본투자) 팀을 PI 본부로 분리 독립시키면서 PI 본부 소속이 됐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내려는 수요가 차고 넘치던 시기였다.

당시엔 절대수익 운용 전략이라는 것도 생소했다. 전 본부장은 외국 서적을 뒤적여가며 각종 운용 전략을 공부했고, 그것들을 하나씩 국내 시장에 적용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절대수익 추구전략들을 구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 키움증권 특유의 유연한 분위기는 그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지겨울 틈이 없었다. 전 본부장의 멘토와 같은 존재인 엄주성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 전무와 만난 것도 이 과정에서다.

◇ 투자 스타일 및 철학: 투자성과 극대화할 포지션 확보

PI 본부에선 '취미생활 하면서 회사 다닌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푹 빠져 살았다. PI 본부에서 활약한 기간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이 넘는데 이 기간 한 해도 빠짐없이 절대수익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유례없는 성적표였다. 자신감도 커졌고 이름도 알려졌다. 헤지펀드 운용을 맡아도 되겠다 생각하던 찰나 키움투자자산운용 헤지펀드 비즈니스를 키울 기회가 찾아왔고, 201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키움운용에서 선보인 첫 헤지펀드는 '키움K고래 멀티전략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다. 삼성증권 PBS 시딩을 받았다. 코리아와 키움운용의 첫 자음인 K를 땄고, 망망대해를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처럼 자본시장을 누비자는 취지에서 고래를 붙였다. 국내외 주식과 채권, 장내외 파생상품, 메자닌, 수익 증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며 에쿼티 헤지, 이벤트 드라이븐 등 다양한 전략을 한꺼번에 구사한다.

운용 과정에서 강조하는 것은 옵션 매수 등과 같은 포지션 확보다. 투자 성과를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한다는 말이다. 옵션은 날리면 프리미엄이 날아가는 데 그치지만, 한번 작동하면 소위 '대박'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려면 역발상적 접근이 중요하다. 정체된 시장에서도 전략적 사고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우수한 성과로 이어가는 것은 헤지펀드 운용 매니저가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라고 믿는다.

집단 지성도 강조한다. 올해 초 아침 회의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부임하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인텔 전성기 시절 개발 작업을 주도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소식이 공유된 것을 계기로, 기존 인텔 매도 포지션을 매수 포지션으로 바꾸는 것으로 논의를 확대했다. 회의 과정 속 브레인 스토밍의 결과다. 전 본부장은 "열린 분위기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끄집어 낸다"고 말했다.


◇ 트랙레코드1: 이벤트 드리븐 전략 '최초'…LG화학 분할이슈 베팅

국내 증권사 PI 1세대로 분류되는 그의 이력에 따라붙는 수식의 대부분은 '최초' 타이틀이다. 그가 꼽은 대표적 이벤트는 2009년 LG화학 분할 이슈다. 당시 LG화학은 산업재 사업부문(현 LG하우시스)을 분리키로 했는데, 이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산업재 사업부문을 떼어 놓아도 향후 LG화학 전체 밸류에이션 평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할되는 산업재 사업부문은 달랐다. 독립하면 국내 건자재 시장 업계 1위를 석권할 것이 자명했다. 소위 '먹히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이벤트 드리븐' 전략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던 당시 키움증권 PI본부는 LG화학 분할 이벤트에 30억원을 베팅했다. 당시 PI 운용 규모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수백억원 자금이 투입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해 상반기 장사를 특정 베팅 하나에 걸었다.

"해당 사업부문이 LG화학에서 분할해 상장하면 밸류에이션 1조원 이상은 무조건 받을 것 같았어요. 실제 (LG하우시스가) 분할하고 나니까 예측했던 상황이 그대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헤지펀드가 얘기하는 전략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워킹(Working)하는구나 싶었죠. 그 이후에도 SK이노베이션 분할 건이 있었고요. 상장사 신주인수권증서(워런트) 차익거래도 많이 해봤죠."

중국의 최대 온라인여행사 시트립(Ctirpr·携程)의 전환사채(CB) 투자도 기억에 남는다. 시트립 CB를 뜯어보니 일드가 4%에 주가 상승 모멘텀도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 기업 CB 투자는 전례 없었던 일. 한국예탁결제원을 찾아가 투자 방법을 논의하던 당시 시간이 지금도 뚜렷히 기억에 남는다. 주변에선 "엉뚱하고 이상하게 접근하지만, 결과적으로 돈은 잘 벌어온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 트렉레코드2: 변동성 낮추고 수익률 극대화…노하우 집대성 'K고래 멀티전략'

2018년 키움운용으로 옮기고 3년간 운용해 온 'K고래 멀티전략' 성과도 상당하다. 현재 해당 펀드의 운용규모는 약 1600억원. 2018년 4월 운용개시 이후 연 환산 수익률은 17.9%를 기록했다. 코스피 연환산수익률 9.3%를 2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펀드의 변동성은 10.1% 수준으로 코스피 20.1%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5개월 연속 많게는 10.2% 적게는 0.7%씩 매년 수익률을 적립한 것도 괄목할 만하다.

이러한 성과에는 전 본부장만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롱숏 전략과 일드 수취, 메자닌 투자, 프리 IPO, 글로벌 주식, 글로벌 매크로 등 다양한 투자 포인트를 설정해 장기투자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다수결 원칙의 집단지성 활용 프로세스를 적용, 아이디어 공유와 검증 과정 등이 반복적으로 실행해 투자를 결정한다. 펀드 자산 배분을 결정하고 리스크 한도를 확인하며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일이 전 본부장의 업무다.

최근 2년간 중요한 전략적 포지션 중 하나는 2019년 초 카카오 투자 건이었다.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상당히 큰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당시 카카오 주식은 10만원 안팎에서 거래됐지만 올해 4월 액면분할 직전 55만원 수준까지 수직상승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맞추기 위해 지금은 매도했지만 투자 규모가 상당했던 만큼 전 본부장에게는 애착이 갔던 포지션이다.

지금까지 펀드 성과는 만족할 만하다. 키움운용은 올해 3월 본격적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5월부터 기관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운용수수료도 기존 1.5%에서 업계 평균 1.0%로 낮췄다. 전 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예측하고 투자하는 대로 회사가 성장하고 가치가 반영되는 과정이 너무 재밌다"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지금껏 매너리즘 없이 꾸준히 일해 온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실력 입증된 1세대 매니저'…:절대수익 수혜 확대하고파

국내 헤지펀드 업계가 꾸려진 때부터 꿋꿋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 본부장에겐 '실력이 입증된 1세대 매니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널리스트와 프랍 매니저 경험이 헤지펀드 운용 매니저 역량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그의 스타일은 치밀하고 끈질기다. 본인 스스로가 '고집 있다'고 말할 정도로 뚝심 강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롤 모델은 없지만 영향을 받은 분들은 계시죠. 과거 산업증권 근무 당시 DS자산운용의 장덕수 회장님이 시니어 멤버였어요. 그분 옆에서 일하시는 걸 보고 치밀하고 끈질기게 운용에 임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키움증권의 엄주성 전무님도 여러면에서 영향을 주셨는데, 조직을 부드럽게 이끌고자 하는 목표는 그 분께 배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K고래 멀티전략을 성공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사고로 개인과 기관 가릴 것 없이 대부분 투자자들이 사모펀드를 기피하고 있어,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 책임감도 느끼지만 동시에 성장통이 될 거라고도 생각한다. 절대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수요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어디서든 꾸준히 존재했기 때문에, 헤지펀드 운용업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갖고 있지 않다.

향후엔 해당 펀드를 리테일 버전으로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해당 펀드에는 파생상품이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된다. 지금은 규제 여파로 은행과 증권사 등 마케팅 채널이 거의 막힌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운용 여건이 완화되면 절대수익 수혜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전파하고 싶다는 것이 전 본부장이 갖고 있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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