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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자승자박 [thebell desk]

김일문 M&A부장공개 2021-07-06 08:00:31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5일 08: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텝이 꼬여도 이리 꼬일 수 있을까.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중인 산업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딜 추진 과정이 지나치게 아마추어스러워 매각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 동안 수많은 M&A를 경험했던 산업은행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사실 대우건설 매각은 처음 시작부터 의문점이 많았다. 인수의향서 접수와 예비입찰을 거쳐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예비실사 기회를 부여한 뒤 본입찰에 나서야 하는 기본적인 M&A 과정이 모두 생략됐기 때문이다.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던 후보들에게 다짜고짜 구속력 있는 금액을 적어내라는 바인딩 오퍼를 강요하자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강화됐다.

아무리 기업의 정보가 상당부분 공개된 상장사라도 인수전에 참여한 원매자들에게 자세한 실사 자료를 제공해야 마땅한데 이러한 과정없이 모든 절차를 건너뛰고 본입찰부터 진행하겠다는 산업은행의 배짱에 가까운 행태에 시장은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백번 양보해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M&A 딜 프로세스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매도자의 의중에 따라 생략되거나 건너뛸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행보증금 이슈가 불거지면서 딜은 조금씩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제대로 된 실사도 없이 이행보증금부터 지불하라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결과적으로는 원매자들을 모두 떠나가게 만든 꼴이 돼 버리고 말았다. 특정 원매자를 정해놓고 딜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대우건설의 기업 정보만 훔쳐보고 도망가는 뜨내기들을 걸러내고, 진성 원매자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포장은 돼 있지만 딜이 진행될수록 뒷맛이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정의 정당성이 훼손됐다면 결과라도 좋아야 할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래대로라면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중흥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줘야 마땅하다. 적어낸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다면 상세실사 후 협상 과정에서 매도자와 인수자가 조정 가능한 범위내 적정 수준을 서로 맞추면 그만이다.

중흥건설이 포기할 경우를 대비해 DS네트웍스를 차순위협상자로 정해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협상을 통해 가격 상향을 이끌어 내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매각을 중단하고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 산업은행이 지금 당장 대우건설을 꼭 팔아야 할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을 다시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촌극이 벌어진 것은 결국 기민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산업은행의 탓이 크다. 본입찰에 제시한 금액에서 가격 조정은 없다고 못박았던 기세등등했던 패기는 결국 스스로를 포박해 옭아맨 꼴이 돼 버린 셈이다.

어떤 결론이 나건간에 대우건설 M&A는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흥건설이 첫 본입찰 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져가게 되면 헐값 매각 이야기가 나올테고, DS네트웍스가 인수하더라도 산업은행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재입찰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생길 법하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원리원칙 없이 매도자 마음대로 딜을 재단하려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재입찰이라는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한 대우건설 M&A의 에필로그는 무엇일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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