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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금 128조 중 30조만 가용 이유는 [캐시플로 모니터]인위적 환헤지 안하는 재무전략에 75% 해외 비축…대규모 투자 시 조달융통성 떨어져

김혜란 기자공개 2021-07-23 08:04:43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2일 11: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보유현금이 128조원에 달할 정도로 곳간이 넉넉한 기업이다. 하지만 막상 삼성전자 국내 본사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만 추리면 30조원으로 뚝 떨어진다. 여기에 차입금을 제하면 18조원 대로 더 떨어진다. 현금성자산의 대부분이 해외 자회사에 분산 비축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28조2584억원이다. 총차입금 약 20조원을 제외한 순현금도 108조2857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2019년 100조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별도회계 기준으로 보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31조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총차입금(12조8372억원)을 뺀 순현금으로 따지면 18조2568억원이다. 나머지 97조원 가량은 자회사들에 분산 비축돼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238개사에 달하며 전체 종속기업의 90%가 해외자회사다. 자산규모(약 37조원)가 가장 큰 미국 전자제품 판매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를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지인 '오스틴법인(SAS)', 2016년 인수한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Harman)' 등 미주 지역에만 52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유럽과 독립국가연합(74개사), 중동·아프리카(20개사),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30개사) 등 해외 곳곳에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에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인 시안법인(Samsung (China) Semiconductor Co., Ltd.)을 비롯해 33개 자회사가 있다.

국내에선 삼성디스플레이, 세메스, 삼성전자서비스 등 29개사의 종속기업이 연결재무로 잡힌다. 삼성디스플레이 보유현금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조7000억원 규모(별도)로 크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80조원 정도는 해외자회사 곳간에 비축된 현금자산으로 파악된다.

다시 말해 본사가 직접 보유한 현금은 31조원 정도다. 미국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과 국내 평택 P3라인 투자에 최소 5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조원 넘는 현금자산 중에서 당장 집행할 수 있는 가용 현금여력은 수십조원으로 떨어진다.


삼성전자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의 경우 인수가가 60조원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 본사 단독으로 매입대금을 마련하기엔 자금융통에 부담이 있다는 얘기다.

해외자회사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올 수는 있지만 해당국가의 외환관리 정책 등의 변수가 있다. 중국 등 외환통제가 강한 나라에서는 현금자산을 대거 끌어오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연결·별도기준 현금자산의 괴리가 큰 것은 해외법인의 이익잉여금을 배당형태로 회수하기보다 되도록 버는 돈을 현지에 비축토록 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배당 및 영업기금 형식으로 번 돈을 족족 본사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다른 행보다.

이는 인위적 헤지를 하지 않는 삼성전자 특유의 재무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선물환, 스왑)을 통한 환헤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자회사에서 번 돈을 웬만하면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는 각 계열사가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자금 관련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도 유리한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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