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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퇴직연금 시장]DB형 운용위원회 설치 의무화, 관건은 '투자상품'②SC제일은행·NC소프트·이랜드 등 적극 운용…운용업계 맞춤형 상품 출시 고민

이돈섭 기자공개 2021-08-03 07:29:26

[편집자주]

퇴직연금 시장이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적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디폴트옵션(사정지정운용) 제도 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확정급여(DB)형 제도를 도입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관련 제도들이 시장에 가지고 올 변화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15: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300명이 넘는 기업들은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현재 위원회 구성 요건을 정한 세칙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내외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조직을 꾸리게 될 거라는 데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관건은 기업들이 운용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DB형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여부다. 외부 인사가 참여해 운용 현황을 점검하게 되는 만큼,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DB형 전용 펀드 디자인에 나서는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 적립금 운용위원회, 퇴직연금 적극 운용 나설까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의 골자는 퇴직연금 제도 설정을 의무화하는 것.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내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의무화하고, 퇴직연금 중도인출 시 적정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더불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 중 상시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구축하게 했다. 적립금 운용위원회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목적과 방법, 목표 수익률 등을 사전에 계획서 형식으로 작성한 뒤, 이에 기반해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개정안은 내년 4월 중순 전격 시행된다.

지금껏 DB형 퇴직연금 운용에 적용되는 기준은 전무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전체 약 256조원 중 DB형으로 운용되는 적립금은 154조원으로 전체의 60% 이상 수준이었다. 사용자가 운용에 드는 부담을 덜기 위해 예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한 결과인데, 문제는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DB형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9%다. 전체 적립금 연간 수익률 2.6%보다 낮은 데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간 수익률 3.8%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성공적인 투자 경험이 있는 사용자가 아닌 이상,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연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구성 관련 세칙을 마련하면,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칙은 위원회 구성 인원에 외부 인사를 포함할 것으로 예측된다.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운용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운용위원회 설치 관련 볼멘소리도 나온다. 적립금 운용위원회가 적립금 운용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운용위원회 자체가 특정 그룹에 한정된 외부 전문가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운용위원회 자리는 금융업권 종사자나 대학교수들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NC소프트 사옥

◇ '모범사례' SC제일은행·NC소프트·이랜드…관건은 '상품'

내년 제도 도입과 관련 상당수 기업들이 운용위원회를 신설하고 운영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위원회를 효과적으로 꾸리고 있는 기업에 눈에 쏠린다. 대표적으로는 SC제일은행이 꼽힌다. SC제일은행은 CPC(Country Pension Committee)라는 위원회 조직을 운영하면서 SC그룹 정책을 반영해 DB형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CPC는 매 반기당 한 번씩 1년에 총 2번 개최된다. 인사 부처가 CPC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CPC 개최 시 CEO(최고경영자)와 CFO(최고재무관리자), CHRO(최고인사책임자) 등 C레벨 임원이 모두 참여한다. SC제일은행 퇴직연금 주간사인 교보생명이 CPC에 직접 참여해 회사 투자정책서에 맞춰 적립금 운용 모니터 결과를 보고한다.

보고 과정을 통해 CPC는 적립금 운용 포트폴리오 적정성을 검토하는 한편, 그룹 정책 일관성과 적립비율 적정성, 자산배분전략, 리스크 요소, 가입자 교육 등 적립금 운용 관련 정책 전반을 리뷰하게 된다. 사용자가 운용 과정에 적극 관여하게 되면, 사업자도 관련 운용 실적과 현황 파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설명이다.

NC소프트와 이랜드그룹도 적립금 운용 관련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NC소프트는 현재 인사, 재무 등 각 부문 대표들로 구성된 운용위원회를 꾸린 뒤, 적립금 목표 수익률 설정과 사업자 선정 등 퇴직연금 정책 운영 전반을 맡겼다. 이랜드그룹은 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운용 전반을 담당하는 법인(이랜드투자일임)을 별도로 설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과거 투자 활동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가 중요하다"며 "성공적인 트랙 레코드를 가진 사업자의 경우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운용위원회 설치가 본격화하면, 안정적인 실적배당형 상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운용업계는 내년 운용위원회 설치 의무화에 앞서 다양한 상품군을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하방 리스크를 지지하면서 은행 예·적금 연이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 포인트다.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으로 변동성을 낮춘 타깃데이트펀드(TDF)와 EMP(ETF Managed Portfolio)펀드 등이 주요 후보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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