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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C 사태'가 남긴 작지 않은 성과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1-09-07 06:04:3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6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꼬박 10년이 걸렸다.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애증의 포트폴리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2011년 투자했던 사모펀드들이 최근 두산그룹에 보유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래 이어졌던 지루한 싸움은 그렇게 끝이났다.

돌이켜보면 모든 투자가 그러하듯 DICC도 거래 초기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켜 줄 자산이었다. 두산그룹은 지분 일부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사모펀드들은 대기업을 상대로 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DICC가 당초 예상대로 호실적을 이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중국 부동산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 두산과 미리 약정한 엑시트 조건들을 놓고 벌인 불협화음은 법정다툼으로까지 이어져 3심을 거친 끝에 결국 재무적투자자의 패배로 귀결됐다.

지분매각 대금을 받긴 하겠지만 성과라고 하기에는 미미하다. 인수금융 대출과 지연 이자 등을 갚고 나면 가져갈 돈은 수백억원에 불과하다. 투자원금은 고사하고 엑시트를 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기회비용까지 따져본다면 손실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번 DICC 사태를 단순히 사모펀드의 투자 실패 사례로 받아들인다면 곤란하다. 오히려 시장의 자금을 눈먼 돈 쯤으로 여겼던 과거 대기업의 투자유치 행태에 경종을 울린 케이스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눈에 보이는 숫자는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그 이면에 담겨진 보이지 않는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앞으로 대기업의 자본유치 거래 구조는 DICC를 계기로 더욱 정교해 질 것이다. 재벌가 혹은 큰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일종의 암묵적인 크레딧으로 작용했지만 이러한 망각의 믿음 따위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주주간 계약조항이나 사모펀드의 엑시트 트리거 등이 훨씬 촘촘해 질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앞으로 소수 지분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는 법원이 두산그룹의 손을 들어줬지만 계약 이행을 둘러싸고 벌인 일련의 법정다툼과 그 과정들을 거치면서 발생한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유동성의 축제를 만끽하고자 시장에 쉽게 손을 벌렸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만들어졌다.

운용사 자체적으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공동투자자 가운데 하나로 두산그룹과의 소송을 주도했던 IMM PE는 펀드 출자자(LP)들에게 신뢰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대기업과 척을 져 봤자 손해니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포기하자던 타 운용사와 달리 IMM PE는 싸움에 끝까지 매달렸다. 그리고 그 지루한 싸움의 구심점은 "LP 돈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책임감이었다.

지금도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외부투자 유치 작업에서 DICC의 선례가 밑거름이 되길. 또 기업과 사모펀드간 투자로 이어진 아름다운 동행이 아름다운 이별로 끝맺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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