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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사장, 태양광 통해 경영능력 입증...개방성 장점 [MZ세대 경영인 분석]화려한 스펙·메리토크라시로 무장...경영권 승계 관문 어떻게 통과할까

박상희 기자공개 2021-09-14 11:00:13

[편집자주]

전체 인구의 약 33%인 MZ세대는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가량을 차지한다. MZ세대와의 소통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재계 총수가 3~4세로 넘어가면서 오너 경영인들도 젊어지고 있다. 총수 자제 중에는 밀레니얼 세대인 1980년대생 대표이사 사장부터 1995년생인 신입사원 Z세대까지 MZ 세대가 포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로 무장한 MZ세대 경영인들의 행보는 과거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엄친아(엄마친구아들)’는 ‘골방환상곡’이란 웹툰에 2006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신조어였지만 지금은 익숙한 용어로 자리 잡았다. 재계 3~4세 가운데 이 단어와 가장 친숙한 인물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중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다.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재벌가의 엄친아로 통했다.

그 후 꼭 10년이 지나 김 사장은 한화그룹의 매머드 계열사 한화솔루션을 이끄는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에 올랐다. 예정된 왕좌 자리에 오른 것이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태양광 사업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게 한화그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태양광 사업으로 경영 능력 입증, 경영권 승계 명분

1983년생인 김 사장은 2010년 1월4일 한화그룹 신입사원 연수회에서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28세의 나이로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훤칠한 외모에 성실한 생활태도로 호평을 받았다. 본인의 화려한 스펙에 더해 태양광을 통해 실력을 보여줬다.

태양광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재계에서 눈독을 들인 신수종사업이었다. 현재 국내 대기업 가운데 태양광 사업을 규모의 경제를 갖춘 포트폴리오로 키워낸 곳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삼성을 비롯한 유력 대기업은 일찌감치 태양광 사업을 접었다. 김 사장의 추진력과 뚝심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한화그룹의 포트폴리오에 태양광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에 나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시작이었던 한화큐셀 인수 당시에는 누적 영업적자가 4420만 달러, 공장 가동률은 20~30%에 불과한 상태였다. 현재 한화큐셀은 미국·독일 등에서 태양광 모듈 부문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각국의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20년 매출 3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한화그룹의 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입사 이후 대부분의 커리어를 태양광 사업에서 쌓았다. 2012년 1월 태양광 사업에 합류했다.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화큐셀 상무를 지냈고, 같은 해 12월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4년 만인 2019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한화케미칼, 한화첨단소재, 한화큐셀이 합쳐진 한화솔루션이 출범하면서 전략부문장을 맡았다. 같은해 9개월 만인 10월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이 업황에 따라 때때로 큰 부침을 겪긴 했지만 한화의 주력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된 것은 김동관 사장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면서 “김동관 사장은 차장부터 시작해 태양광 사업의 기획과 마케팅, 영업까지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는 동시에 본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면서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약 10년 간 태양광 한 우물을 파며 보여준 집념은 결과적으로 경영권 승계라는 미션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재벌 3~4세라는 태생적 이유로 경영권을 물려받는 관습에 거부감을 갖는 사회적 인식을 비껴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이다.

특히 김 사장의 카운터파트인 MZ세대는 공정성·투명성이라는 가치에 대해 어떤 세대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사장이 10년 동안 본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데 주력해왔고, 그에 따른 인사나 조직 통합 조치 등에 대해 한화 내부에서 별다른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지 않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1980년대생인 김동관 사장이 같은 MZ세대 직원과 쌓아온 공감대도 무시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스타트업 조직 문화 지향, MZ세대 한화인과 공감대 형성"

MZ세대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익숙하고, 해외 여행이나 단기 체류 등을 경험한 글로벌 세대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목격하면서 자랐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등이 합리적이라고 배운 세대다. 실용주의와 능력주의적 성향을 띈다. MZ세대 한화인들에게 화려한 스펙과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로 무장한 김 사장은 어떻게 비춰질까.

김 사장은 해외파다. 그가 졸업한 모교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자제들이 입학한다는 세인트폴고등학교다. 고교 재학시절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쿰 라우데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이후 하버드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한인학생회장을 맡았다. 졸업 후에는 귀국해 2006년 공군사관후보생 117기로 입대했다. 통역장교로서 국방부 장관 직속 통역을 맡았다. 2009년 공군 중위로 복무를 마치고 이듬해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김 사장은 세인트폴고등학교 국내 동문 모임인 서울 펠리컨 네트워크의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국내 동문 멤버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있다. 한화그룹 입사 이후에도 다보스포럼 등 국제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같은 김동관 사장의 네트워크는 ESG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세인트 어거스틴 캐피탈 파트너의 에너지·인프라 부문 컨설턴트인 어맨다 부시와 에너지 분야 해외 전문가인 시마 사토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화솔루션에서는 이사회 독립성을 담보하는 사외이사 선임은 김동관 사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풀(pool)에 글로벌 인사가 포함될 수 있었던 데는 김 사장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미국에서 오래동안 수학한 김 사장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이 경직된 제조업 조직문화가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문화를 지향하길 원한다”면서 “전략부문장으로서 궁금한 게 있으면 임직원을 사장실로 부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담당자를 찾아가 물어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내 기업의 고질병으로 언급되는 순혈주의도 고집하지 않는 개방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출범 이후 최근까지 한화그룹에서 가장 많은 외부 인력을 영입한 계열사다.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 전략부문도 최근 들어 새 인물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그룹, 두산그룹, 네이버 등 조직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력이면 망설이지 않고 영입에 나서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지배구조 변화 '주목'

지금껏 김 사장의 행보는 MZ세대의 시선으로 볼 때 합격점이라고 평가된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경영권 승계라는 큰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공정을 화두로 삼는 시대 정신에 비춰볼 때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경영권 승계 재원으로 꼽혀온 에이치솔루션을 한화에너지와 합병시키며 지배구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당초 재계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와의 합병을 유력하게 점쳤다. 에이치솔루션과 ㈜한화가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은 자연스럽게 한화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한화 지분율은 현재 4.4%(보통주 기준)에 불과하다.


예상을 깨고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 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다음 단계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너일가가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 간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오인받아 사법 이슈를 비롯한 리스크가 크다. 시장 일각에서는 특혜 시비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도 쉽지만은 않다. 한화그룹의 주축인 금융 계열사는 금산분리 이슈와 맞물려 있다. 지주비율 등 지주사 요건을 맞추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일부 대기업집단은 이를 맞추지 못해 지주사 지위를 반납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재계는 김 사장의 모범생 이미지와 지금까지 보여준 경영 행보를 감안 할 때 '정도'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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