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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채권, 사후보고 인증 ‘유명무실’…내년엔 바뀔까 [Market Watch]의무 아닌 권고사항, 사전검증보다 주목도 낮아…일괄수주 영향 기대

이지혜 기자공개 2021-09-15 08:00:18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07:3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의 사후보고 인증 권고가 유명무실하다. 발행사 대다수가 SRI채권 사후보고를 적어도 한 번 이상 게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사후보고를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에서 인증받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외부기관에서 사후보고를 인증받는 조항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넣었다. 발행사들이 이 조항을 외면하는 이유다. 사후보고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사후보고 외부기관 인증 ‘미미’

10일 한국거래소의 SRI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시된 사후보고 중 외부기관이 검증·인증한 건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게시된 사후보고 중 외부기관이 인증한 건은 롯데캐피탈과 부산은행의 지속가능채권뿐이다. 2020년에는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 등만 녹색채권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인증받아 올렸다.

SRI채권은 조달자금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발행일부터 1년마다 사후보고를 진행해야 한다. 사후보고는 투자자안내문 형식으로 발행사 홈페이지나 SRI채권 플랫폼에 게시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면서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인증받는 조항도 담았다.

그러나 외부기관 인증 조항이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SRI채권 발행사 관계자는 “외부기관 인증이 의무사항이 된다면 기꺼이 정부의 방침에 맞출 것”이라며 “다만 권고사항인 만큼 발행사의 선택을 존중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SRI채권 사후보고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점도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공모채로 SRI채권의 발행할 경우 발행사는 증권신고서에 사전검증 보고서나 인증평가서를 첨부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SRI채권은 투자자들이 검증보고서와 인증평가보고서를 읽고 이해도를 높인 상태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사후보고는 발행사가 홈페이지나 SRI채권 플랫폼에만 게시한다. 직접 검색해 날짜를 조사하지 않는 한 사후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도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도 사실상 없다.

이 때문인지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인증받았던 발행사가 방침을 바꾼 사례도 있다. 현대캐피탈은 녹색채권 사후보고를 지난해 삼정KPMG에서 인증받았지만 올해는 인증받지 않고 게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SRI채권 조달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시장이 제대로 감시할 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막을 수 있다”며 “사전검증보다 오히려 사후보고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사후 일괄계약, 2022년부터 효과?

다만 SRI채권의 사후보고 인증이 2022년부터 활성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들어 SRI채권의 사전검증과 사후보고 인증을 묶어서 계약하는 기관이 영업을 본격화하면서다.

딜로이트안진은 올해부터 SRI채권의 사전검증과 사후보고 검증을 묶어서 수주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전검증과 사후보고 검증을 따로 계약했던 것과 대비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RI채권 만기나 조달자금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인증등급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후보고를 인증해 보고서도 발간한다. 발행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이슈를 겪거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SRI채권 인증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사실상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SRI채권의 사후보고 인증이 이뤄지는 시점이 내년부터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반면 나이스신용평가와 삼정KPMG, EY한영 등은 여전히 SRI채권의 사전검증과 사후보고를 나눠서 수주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부산은행은 사후보고 인증만 한국기업평가에 의뢰하기도 했다. 지속가능채권의 사전검증은 EY한영에서 진행했지만 사후보고는 한국기업평가에서 인증받았다. 신용평가사가 사후보고만 인증한 것은 업계에서 처음이다.

한국기업평가는 SRI채권 사전 인증평가처럼 사후보고 인증 보고서에도 조달자금의 사용 내역, 프로젝트 내용, 기대효과 등을 상세히 기재했다. 채권 만기가 돌아오거나 조달자금이 소진될 때까지 SRI채권을 추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사후보고만 따로 떼어 신용평가사가 인증한 것은 부산은행의 지속가능채권(부산은행2020-11이2.0A-30)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전 인증평가처럼 등급을 매겼을 뿐 아니라 채권 관련 정보를 풍성하게 담아 정보이용자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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