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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퍼스트 무버 선언]정몽구의 '품질경영' 철학, 꽃피우는 정의선 회장⑨대 이은 '인류를 위한 진보' 실현, 로보틱스·탄소중립으로 구체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16 07:40:22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내연기관차에 안녕을 고한다. 경쟁사보다 5~10년 이른 전동화·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수소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밑바탕이 됐다. 미래차 시대를 앞장서 여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재무, 풀어야하는 숙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품질경영'이다. 정 명예회장은 회사를 이끌었던 20년동안 제품의 품질을 가장 우선순위에 놓고 그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은 걸로 유명하다. 평생을 강조한 '품질 고급화'의 밑바탕에는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철학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가 깔려있다.

'더 나은 미래'에 초점을 맞춘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정의선 회장 시대에 접어들며 더욱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정 명예회장의 품질경영은 디폴트값으로 삼고 새로운 영역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대대적으로 발표한 탄소중립 전략은 물론, 로보틱스·도심항공교통(UAM)·자율주행 투자 확대 등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기능에 만족 않은 정몽구의 '품질경영', 고객 만족·감동 '타깃'

정 회장이 전면에 나선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다.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미래 성장성이 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2019년 10월 밝힌 "현대차그룹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는 말이 방향성을 잘 나타낸다.

이는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회사의 생존 방식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판이 바뀌는 시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려는 욕심도 있다. 선도적 지위를 확보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왼쪽)과 정의선 회장.<사진=현대차그룹>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현대차의 비전이 기저에 깔려있다. 정 명예회장에서 정 회장(사진)으로 이어진 세대교체와 무관하게 한결같이 지켜지고 있는 가치다. 아버지는 자동차기업으로서, 아들은 모빌리티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한다는 점만 다르다.

정 명예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품질경영'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후발주자인 현대차그룹이 글로벌시장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도록 만든 원동력이다. 2000년대 초 미국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마일 보증'은 경쟁사들이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 결단은 현대차에 덧씌워져있던 '일회용차'란 오명을 벗기고 시장안착을 도왔다.

품질경영은 그룹의 비전인 '인류를 위한 진보'와도 맞닿아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산업은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한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가 누구나 믿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차라는 인식을 심었다.

그가 뚝심있게 강조한 '품질'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장 없이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의미다. 한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고 만족감을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객이 차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감성'까지 건들였다.

품질 '관리'가 아닌 '경영'이라는 용어를 쓴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선을 기존 생산자 중심에서 시장과 고객 쪽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감동시키려면 기능은 물론 디자인과 성능, 감성 등 전영역에서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전사적 품질경영시스템 GQMS를 개발해 적용하는 등 품질 향상에 힘써왔다.

◇로보틱스·탄소중립 '초점', 인류·사회 위한 실질적 기여 고민

정의선 회장이 최근 관심을 갖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신사업들 역시 그룹의 비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만족감을 주는 단계는 진작 넘어섰다. 추가로 과거 '제품'에 한정돼 있던 시각을 사회와 인류로 확장했다. 미래에 직면하게 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결을 위해 팔을 걷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안전과 보건, 재난 구조 등에서의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전면에 나서 변화를 이끄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정 명예회장의 품질경영 철학이 한 단계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로보틱스(로봇공학) 사업은 이 같은 의지가 잘 드러난 대표적인 예다. 로봇은 인간의 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로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거나 위험한 산업현장에 이미 투입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등 감염우려가 있는 병동을 대신 지키며 환자 모니터링을 돕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6월 미국의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차례로 거친 로봇업계 선두 업체다.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외에 정 회장(20%)이 직접 지분투자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이 기업에는 세가지 로봇 플랫폼이 있다. 로봇개 스팟(spot)과 창고 자동화를 위한 스트레치(stretch), 미래형 이족 보행로봇 아틀라스(atlas)다. 스팟은 작년 여름 상용화됐고 스트레치는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아틀라스는 아직 연구 단계다.

사족 보행을 하는 로봇개 스팟(위)과 물류로봇 스트레치. <사진=현대차그룹>

사족 보행을 하는 스팟은 이동성이 뛰어나 사람이 가는 모든 곳에 갈 수 있다. 상용화된 이래 산업현장에서 주로 자율검사를 위한 동력 감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원자력시설이나 화학공장 등 위험구역에 대신 들어가 내부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수집과 분석의 안전성, 정확도, 신뢰도를 강화하는데 보탬이 되는 작업이다.

스트레치는 사람 대신 트럭과 컨테이너에서 상자를 내릴 수 있다. 시간당 약 800개의 박스를 옮길 수 있어 상용화시 물류산업에 큰 도움이 될 걸로 예상된다. 이 작업은 과중한 부하와 끊임없는 반복 탓에 빈번하게 부상이 발생하는 일이다. 사람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28개의 유압관절과 인식·제어 기능이 있어 실시간으로 주변상황을 해석하고 그에 따라 동작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이 로봇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미래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류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겠다는 브랜드 철학과 꼭 맞아떨어진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한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수소대중화에 앞장서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를 개발해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2040년 수소사회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류 전체의 미션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UAM과 자율주행 등에 대한 투자 역시 인류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주목적이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 회장 취임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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