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조만간 실시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사업은 좀 더 타이트한 규제를 받게 된다. 시장의 반응이 상당히 거센 이유는 금융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 회사의 희비는 미묘하게 엇갈리는데 금융업에 좀 더 깊숙하게 들어온 카카오페이는 마음이 급한 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여유로운 상황이다.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보험대리점)가 제공하는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 서비스가 오는 24일부터 중단된다. 그동안 KP보험서비스에서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하면 소비자는 6개 보험사별 보험료를 확인하고 해당업체 홈페이지로 이동해 가입할 수 있었다. 보험계약이 체결될 경우 카카오페이가 광고수수료를 받는 조건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소법상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상품 비교·추천서비스를 '광고'가 아닌 '중개'로 해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금융상품중개업자로 등록해야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한 펀드판매, 보험대리점(GA)을 통한 비교서비스 등은 필요한 자격요건을 취득한 후 이뤄진 사업이기 때문에 법률 위반 소지가 없다는 점을 당국에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자금융업자와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빅테크·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에는 보험업 라이선스를 주지 않는 탓에 직접적인 상품판매를 할 수 없다.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기관이 은행, 투자중개업, 저축은행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테크핀 업체들은 보험대리점 등록을 위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우회했다. 카카오페이는 인바이유(현 KP보험서비스)를 인수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자회사 NF보험서비스를,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했다.

문제는 카카오페이로선 후속조치를 취할 만한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당국은 전자금융업자의 보험대리점(GA) 등록을 허용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보험판매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논의에 이제 착수했다. 규정이나 법안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보험사 설립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에는 카카오페이의 보험 비즈니스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상장(IPO)을 앞두고 악재가 덮쳤다.

카카오는 금융업에 대해서 네이버보다 적극적이었다. 테크핀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며 앱 안에 금융서비스를 끌어오려 했다.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으로 통해 투자상품을, 설립 추진 중인 카카오손해보험을 통해 보험상품을, 자체적으로는 대출비교서비스를 진행하려 했다.

금소법을 내세운 금융당국의 화살은 카카오에 집중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방위적인 사업확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똑같지만 네이버는 철저히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머물러있다면 카카오는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 '선수'까지 한다는 비판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보험비교서비스를 아직 시작도 안한 덕분에 사업중단 리스크가 없다. 금융사업도 직접 진출보다 기존 금융사와 제휴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배너광고를 통해 해당 금융사 홈페이지로 이동, 가입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식으로 우회했다.

미래에셋캐피탈, 우리은행 등과 제휴한 대출중개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금융당국 지정사업자 기간(최대 2년)도 내년 6월까지라 대출모집 등록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IPO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라 당장 밸류 걱정을 할 필요 역시 없다. 금융업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판(플랫폼)만 깔아둔 게 이럴 때 오히려 효과적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