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수소·전기차 굴기]하이솔루스, 10년만에 85억→3조…달라진 위상④허정석 대표의 승부수…연료탱크기술로 수소생태계 한축 담당
김혜란 기자공개 2021-09-23 07:11:52
[편집자주]
1967년 전선 부품 제조기업 일진금속공업에서 출발한 일진그룹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보수적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으나 사실 조용하지만 빠르게 4차산업 흐름에 맞춰 체질을 개선했다. 2세 경영 체제 개막 전후로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업종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하며 그룹의 색깔도 확 달라졌다. 경영권 승계 마무리 후 신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일진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수소동맹 구축을 내걸고 모인 협의체 'H2 비즈니스 서밋'에는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계열사인 일진하이솔루스가 수소 생산·공급 밸류체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소연료탱크 생산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2012년 허 부회장이 85억원에 인수한 일진하이솔루스는 10년 만에 상장에 성공,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존 최대 매출처인 일진전기(시총 2000억원대)를 넘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적자 기업에서 시총 3조원으로 우뚝, M&A성공사례로 회자
일진하이솔루스는 일진그룹이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2012년 인수한 케이시알(옛 한국복합재료연구소)이 모태다. 당시 허 부회장은 일진다이아의 등기 이사이자 지주회사 일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케이시알 인수 딜을 책임졌다.
일진그룹은 케이시알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일진홀딩스→일진다이아→일진복합소재(현 일진하이솔루스)로 수직계열화되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케이시알은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용 연료탱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수소연료전지용 용기도 만들고 있었다.
허 부회장은 수소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점쳤다. 당시는 수소 경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막 끌어오르던 때다. 허 부회장은 선제적으로 차세대 수소연료탱크를 개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수소연료탱크는 수소전기차에 사용되는 수소를 저장하기 위한 장치다. 수소연료탱크의 경우 고압으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이 높아 가장 진화한 형태인 타입4 제조·양산기술을 가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 일진하이솔루스 외에 일본 도요타, 미국 링컨 밖에 없다.
사업 초기는 쉽지 않았다. 케이시알은 자동차용 타입4 수소연료탱크를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회사였다. 원천기술은 있었지만 사업화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진그룹에 피인수된 후에도 2016년 단 1억원 흑자였던 것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줄곧 적자를 냈다.
경량화, 안전성, 가격경쟁력, 양산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수년간 지속했다. 모회사 일진다이아가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하며 지원했다. 2019년에는 일진하이솔루스가 실시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의 자본금을 수혈해줬다.
성장 변곡점을 만난 건 2018년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에 수소연료탱크를 독점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소차 투싼에 탱크를 공급하긴 했지만, 매출에 크게 기여하진 못했다.
2018년 286억원이던 매출액은 작년 1135억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2.1%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13.3%로 상승했다. 지난 1일 상장에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일진다이아는 구주매출로 1300억원 안팎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 85억원에 인수한 지 10년 만에 5배가 넘는 상장차익을 거둔 셈이다. 보유 지분을 감안하면 평가이익은 더욱 막대하다.
현재 일진하이솔루스의 시총은 14일 종가 기준 3조575억원이다. 매출 1000억원대 회사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몸값(시총) 3조원을 인정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허 부회장과 일진다이아 경영진이 10년 넘게 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한 데 대한 결실이었다.
◇해외매출 확대,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동
일진하이솔루스는 현대차에 수소연료탱크를 공급하며 수소탱크 국산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약 90%를 현대차로부터 올리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매출처 다변화가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 삼성중공업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해 수소선박 공동 개발에 착수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탄탄한 해외 매출처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에 샘플을 공급하며 장기 공급계약을 위한 밑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해외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업계에선 조만간 첫 해외 거래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군 다변화도 가능하다. 지금은 트럭과 버스에 들어가는 수소연료탱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선박과 비행기, 기차, 드론으로도 적용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수소를 이송하거나 이동형 수소충전소 역할을 하는 튜브트레일러용 타입4 탱크도 최근 출시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초고압 기체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저장하는 수소용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액화수소탱크도 개발 중에 있다. 수소를 액화한 액체 수소는 기체 상태에 비해 부피가 획기적으로 줄어 저장이 용이하고 기체수소와 비교해 경제성이 높다.
한화솔루션 등 후발주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일진과의 기술적 격차를 따라잡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업체가 진입하겠지만 수소차 시장이 전세계로 확산하는 만큼 중장기 성장성은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수소차 업체들과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 매출지역 다변화 또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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