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차장→사장, 머지 않은 'DK 한화' [진격의 3세 한화]②한화솔루션 사장 승진 후 그룹 대표, 태양광→전 사업 총괄 영역 확장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23 11:20:19
[편집자주]
한화의 '3세 경영'은 이제 막 업계에서 언급되는 주제는 아니다. 태양광·금융 계열에서 존재감을 키워오던 3세들의 행보는 2010년대 후반부터 조명받아왔다. 그러다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한화그룹 3세들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그룹내 영역이 넓어지고 그들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의 투자 기조도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업 위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더벨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3세 시대 한화그룹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5일 13: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취임 40주년을 맞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창업주 김종희 회장이 1981년 별세하면서 29세의 나이에 '회장'이 됐다. 10년 전 취임 30주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잃은 것은 청춘이고 얻은 것은 기업을 키운 것과 아들 셋"이라고 말했던 김 회장은 이전부터 아들, 특히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김 사장은 2010년 1월, 26세의 나이로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3년 4개월의 공군 장교 생활을 마친 뒤 정식 후계자의 길을 밟기 시작한 김 사장을 두고 업계 일각은 조심스럽게 김 회장과 김 사장의 '젊은 총수 평행이론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목소리는 김 회장이 2010년대 중반 법적 이슈로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더욱 커졌다.
한화그룹은 최근들어 'DK(동관) 승계', '3세 승계'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김 사장이 한화솔루션 사장이 되기 전까지만해도 그룹 안팎에서 '금기어'였다.
다만 이미 김 사장이 한화그룹에 몸담기 시작한 2010년부터 한화그룹의 후계자는 이미 김 사장으로 정해져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화그룹 입사 직후부터 김 사장의 행보는 자신이 한화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업계에 각인시켰다.
막 김 사장이 경영에 발을 들인 시기였던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김 회장은 김 사장과 동행했다. 세계 재계 리더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기업과 사회 지도층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던 김 회장은 김 사장(당시 김동관 차장)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잠시나마 한화그룹을 대표하게끔 했다.
당시 김 사장이 "구성원들이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외 한화그룹 핵심가치를 선포하는 자리에 김 회장 옆에는 김 사장이 자리했다. 한화솔라원 시절 나스닥 폐장을 알리는 '클로징 벨 세레모니' 행사에서는 김 사장이 단독으로 참여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현재 한화그룹이 매달리고 있는 사업인 친환경 에너지(태양광)와 우주 산업 등은 이미 10년 전 김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밝힌 소재다. 김 회장은 10년 전 이제 막 시작한 태양광 사업의 최일선에 김 사장을 배치했다. 당시 젊은 나이에 '공부냐 경험이냐'를 택해야 했던 김 사장은 한화그룹이 한화솔라원(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시초)을 인수한 뒤 곧바로 등기임원진으로 배치됐다. 이후 2011년 말 공식 직책이 비서실 차장에서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으로 바뀌었다.
2014년 당시 한화그룹에 있었던 '상무보'라는 직책을 건너뛰고 부장급에서 상무로 승진한 김 사장은 계속해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주도했다. 이후 삼성그룹과의 '화학·방산사 빅딜'에도 김 사장이 관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김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하버드 동문이다.
현업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부터 김 사장은 신재생 에너지 관련 외부행사에서 한화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매김해왔다. 예컨대 2014년 '서울 세계 기후·에너지 컨퍼런스 2014'에서 '에너지 전환과 녹색 기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연사로 김 사장이 직접 참여한 사례가 있다. 2016년에도 '글로벌녹색성장 주간(GGGW 2016)의 아시아 장관급 회의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와 에너지 혁명을 역설한 것도 김 사장이었다.
2015년 말 전무 승진과 4년 후인 2019년 말 부사장 승진으로 김 사장의 경영 시계는 급속도로 빨라졌다. 이후 2020년, 한화그룹의 에너지·화학·소재 등 방산업을 제외한 비금융 핵심 사업이 한 곳에 모인 대형 기업인 '한화솔루션'에 김 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취임한다. 태양광 중에서도 특히 해외 태양광 사업에 치중하고 있던 김 사장이 한화그룹 차기 총수 이미지와 함께 수면 위로 뚜렷하게 떠오른 시점도 바로 이 때다.
이어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의 대표이사와 방산업 중간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임원도 꿰찼다. 더불어 한화그룹의 우주산업 관련 T/F성 조직인 '스페이스 HUB'의 팀장직도 김 사장이 맡았다. 커리어 대부분을 태양광 사업에서 보내던 '3세 경영인'이 이제는 비금융 사업을 제외한 그룹 전반의 사업을 총괄하는 '1순위 차기 총수'로 거듭난 셈이다.
김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작년 9월이다. 2010년 차장 입사 후 10년 만이다. 이후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의 자회사)은 도합 3조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3세 시대 경영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김 사장이 직접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지난 달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업체인 'RES Méditerranée SAS(RES프랑스)’의 지분 100%를 약 1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신재생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DK 한화'에 신호탄이 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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