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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수소·전기차 굴기]거버넌스 개편 종착점, 계열분리 나설까⑤하이솔루스(장남)·머티리얼즈(차남) 그룹 내 입지 확고해 독자노선 문제없을듯

김혜란 기자공개 2021-09-24 08:16:51

[편집자주]

1967년 전선 부품 제조기업 일진금속공업에서 출발한 일진그룹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보수적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으나 사실 조용하지만 빠르게 4차산업 흐름에 맞춰 체질을 개선했다. 2세 경영 체제 개막 전후로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업종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하며 그룹의 색깔도 확 달라졌다. 경영권 승계 마무리 후 신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일진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0: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주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장남과 차남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를 큰 분쟁 없이 일찌감치 마무리지었다. 허 회장은 후계구도를 짤 때부터 두 아들이 독자경영이 가능하도록 지분을 명확하게 나눠 추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남겨두지 않았다.

장남과 차남이 나눠가진 계열사가 서로 지분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법적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공식적인 선언과 실행만 남았다. 2세경영체제로 전환한 뒤 장남과 차남은 각각 일진하이솔루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그룹 내 핵심계열사로 키우며 그룹 내 각자의 입지를 다져왔다. 두 계열사 간 사업연관성도 적어 계열분리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정석의 일진홀딩스, 내년 마곡으로 사옥 이전…계열분리 임박?

일진그룹은 지주회사가 있지만 계열사별 지분 구조가 명확하게 나뉜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창업주가 형제에게 계열사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물리적 계열분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부회장의 지분 승계 과정은 비교적 손쉽게 이뤄졌다. 허 대표는 2011년 일진머티리얼즈가 상장하기 한참 전인 2000년 이미 32.6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6년에도 일진전기로부터 일진소재산업(일진머티리얼즈 전신) 주식을 매입, 지분율을 51.28%로 끌어올렸고, 형과 영역정리를 분명히 했다. 일진소재산업 지분 확보에 든 허 대표의 출자금은 200억원 미만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장남의 지분 승계는 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2007년 일진중공업(1999년 인수한 이천전기가 전신)과 일진전기 합병이 출발점이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일진전기의 일진중공업 흡수합병에 따른 신주배정으로 일진전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이후 일진다이아와 일진전기를 물적분할해 일진홀딩스를 설립했다.

일진다이아 최대주주였던 허 부회장은 일진다이아 주식을 일진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받았다. 이로써 일진홀딩스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현재 지배구조를 보면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기준도 충족한다.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의2 제1항 제2호에는 친족분리 조건으로 △친족계열회사에 대한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 3% 미만(비상장회사는 10% 미만) △동일인측 계열회사에 대하여 독립경영자 등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 3% 미만(비상장회사는 15% 미만) 등을 제시하고 있다.

차남이 최대주주인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진홀딩스(일진머티리얼즈 지분 0.6%)와 일진다이아(2.75%)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일진홀딩스에 대한 허 부회장의 실질 지배지분은 53.75%에 달한다. 일진홀딩스의 일진다이아 지분도 50%가 넘는다.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일진홀딩스에 대한 미지급금과 미지급 비용 약 7억원 정도가 채무로 잡혀 있는 것 외엔 큰 규모의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 관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일진홀딩스 계열이 건설 중인 마곡 신사옥으로 내년 이전하는 것을 기점으로 계열분리를 공식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장남의 일진홀딩스 계열사와 장녀 허세경씨가 최대주주인 일진반도체 등만 마곡으로 이전하고, 일진머티리얼즈 등 허 대표가 거느린 회사들은 기존 마포사옥에 남는다는 계획"이라며 "형제가 완전히 분리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계열분리를 기점으로 일진디스플레이 등 아직 허 회장의 지분이 많은 계열사 등의 승계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일진그룹 측은 사옥이전과 계열분리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각자의 길 가도…경쟁 구도는 이어질듯

허 부회장과 허 대표는 그룹 내에서 형제 간 경쟁구도를 형성,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흥미롭게도 2세 경영승계가 마무리된 뒤 장남과 차남이 미래 친환경차 사업의 두 축인 수소차(일진하이솔루스)와 전기차(일진머티리얼즈) 분야에 명운을 걸며 두 사람 간 대결 구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차남의 일진머티리얼즈는 일렉포일(2차전지용 동박),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연료탱크를 최초로 국산화한 뒤 기술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각자의 위치를 확실하게 구축한 만큼 그룹을 쪼개 독자노선을 걷더라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계열분리를 하든, 하지 않든 경쟁구도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진하이솔루스의 경우 기체수소에 특화된 수소연료탱크를 제조하는데, 장기적으론 경제성이 더 높은 액화수소용 연료탱크 개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등 완성차업체와 자동차제조업체(OEM) 중에선 액화수소용 연료탱크로 방향성을 정한 곳들도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도 이에 대비해 액화수소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기업들과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기술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얼마나 빨리 선점하느냐가 과제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리튬이온에서 전고체로 진화하고 있는데 전고체 배터리에선 기존 동박을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워 다른 소재로 대체해야 한다.

일진머티리얼즈도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인 고체 전해질을 개발 중이다. 2023년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은 이르면 2025년으로 예상된다. 고체 전해질 부문에서 빨리 성과를 내야 일머티리얼즈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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