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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카카오, 현대차·SK·롯데 중고차 진출 '속앓이'?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일파만파, 동일사례로 읽힐까 우려…'공'은 중기부에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23 08:16:0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0: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업확장 과정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가 최근 사회적책임 강화방안을 내놨다. 문제가 된 사업을 철수·축소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생기금도 조성키로 했다. 추후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장에는 새로 진출하지 않겠단 내부방침도 정했다.

정치권·금융당국의 압박에 주가급락,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여론악화도 백기를 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괜히 시간을 끌다간 계열사 전반이 침체될 수 있단 판단에서다.

이 같은 카카오의 모습을 숨죽인 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는 기업들이 있다. 중고차매매시장의 문호가 확대되면 가장 먼저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대표되는 완성차업체 뿐 아니라 롯데렌탈·SK렌터카 등 렌터카업체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자칫 카카오발(發) 골목상권 논란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이유다.

◇렌터카업계, B2B로 중고차 판매…매출 비중 '20%후반대'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완성차업체와 주요 렌터카업체들이 적극 시장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은 정보 비대칭성에서 오는 '깜깜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증중고차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투명하지 못한 유통구조 등은 기존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꼽혀왔다. 소비자 권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기도 하다. 중고차업계의 자발적인 자정 노력에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았다. 대기업으로선 시장진입 초기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극 공략할 만한 포인트인 셈이다.

렌터카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건 업종 특성 영향이다. 대량으로 차량을 취득, 운영하기 때문에 중고차 매물이 풍부하다. 실제로 이들은 소비자를 상대(B2C)로 하진 않지만 기업간거래(B2B) 형태로 이미 중고차를 팔고 있다. 신사업 진출이라기 보단 사업확장 개념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업계 1위 롯데렌탈은 자체 경매장(롯데오토옥션)을 통해 렌탈기간이 종료된 차량을 딜러에게 매각하고 있다. 매출 규모로 보면 단순한 부업 정도가 아니다. 지난해 중고차 매각으로 올린 매출은 5660억원으로 전체(2조2521억원)의 25.1%에 달한다. 올 상반기엔 매출 기여도가 28.5%로 집계되는 등 점점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SK렌터카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체 경매장 없이 온라인 공매나 케이카, 엔카 등 중고차 판매업체들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한다. 만약 B2C 사업을 추진한다면 별도의 판매루트 개척이 필요할 전망이다. 매출 기여도도 롯데렌탈과 비슷하다. 지난해 기준 2406억원으로 전체 8635억원의 28%가 중고차사업에서 발생했다.

◇시장 개방 기대감 여전, '카카오' 걸림돌 우려

해당 기업들은 현재 B2C 시장 진출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진 접근 자체가 막혀있는 만큼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추후 사업확장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하진 않는다.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있어 기회만 온다면 당연히 긍정 검토할 만한 사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B2B로 중고차사업을 하고 있지만 B2C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시장이 풀리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렌터카 측 역시 "지금 단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면서 "사업부서에서 검토한다 하더라도 관련 법이 바뀐 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업체들은 B2C 중고차시장이 열리기만 하면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는 3개월간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꾸려 합의를 시도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사진=을지로위원회>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중고차매매업 진출 의사를 타진하고 시장 개방을 위해 힘써왔다. 최근까지도 완성차업계의 대표선수로서 중고차업계와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합의점을 찾진 못했다. 거래물량과 관련해 어느정도 공감대를 이뤘으나 매집방식과 보상 등에서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결국 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넘어갔다.

대기업들은 사회적 합의 불발에 아쉬워하면서도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를 접진 않았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부적합' 의견을 낸데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등 문호를 넓힐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연내 기회가 올거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의 거침없는 사업확장과 그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로 지적되며 자칫 비슷한 케이스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소상공인 보호에 대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중고차매매업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의위가 판단을 내리는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일'이 터지기 전에 합의점을 찾았어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이 생계형 업종 이슈와 엮여있는데 최근 카카오가 뭇매를 맞으며 더 민감해졌다"며 "당분간 시장 개방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언젠간 열리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15일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를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중기부가 한번 더 중재를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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