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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0년 히스토리]'매각 풍파'에 흔들린 대우건설, 중흥과는 다를까⑦2006년부터 3년간 선두, 이제 '빅5' 위태…PMI 작업 관건

고진영 기자공개 2021-09-24 10:19:32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선 해마다 시공능력을 줄세우는 성적표가 매겨진다. 항목별 점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업계의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례 이벤트와 다름없다. 특히 대형사들에게는 상징성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로도 의미가 있다. 도입 6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5: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흩어진 ‘대우’의 유산, 대우건설은 시평 1위에 앉아본 단 3개의 건설사 중 하나다. 그만큼 저력이 대단한 강호지만 풍파 역시 모질었다. 대우그룹이 분해된 뒤로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해 시장을 전전한지가 벌써 20년이다.

그동안 시평 위치도 손꼽히게 역동적으로 등락했다. 2000년 이후 같은 순위를 2년 넘게 유지한 적이 딱 한 번뿐이니 고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는 급박한 매각작업 끝에 중흥그룹으로의 인수가 결정되면서 또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대우' 몰락에도 1위 쾌거금호아시아나 품으로

대우건설은 1973년 말 직원 13명으로 문을 열었다. 첫 공사는 서울역 앞 대우빌딩. 착공 28개월 만에 준공했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수십년간 서울의 명물이었다. 성공적인 사옥 건설처럼 초기 성장세도 무척 가팔랐다. 1985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0대 건설사로 진입해 1990년대는 3위권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1999년 날벼락이 떨어졌다. 재계 2위를 다투던 대우그룹이 순식간에 도산했다. 외부자금을 끌어와 덩치를 불리던 대우그룹의 운영방식이 IMF 외환위기에 치명타를 입었던 탓이다.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당시 ㈜대우의 건설부문이던 대우건설은 그해 워크아웃에 돌입, 이듬해 그룹에서 떨어져나왔다.

울타리 없는 외풍이 시렸지만 회복은 빨랐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보유자산 매각 끝에 3년 만에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2000년 당시 2조7700억원이었던 매출 역시 2003년 4조2311억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당시 내놓은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도 부동산 경기 호황과 함께 빠르게 클 수 있었다.

독자생존의 절박함 덕일까. 2006년에는 급기야 삼성물산을 밀어내고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올랐다. 회사 창립 33년만에 처음 세운 기록이었다. 대우그룹 시절에도 이뤄내지 못했던 일인 데다 워크아웃 꼬리표를 떼고 3년만의 성과라는 점에서 더 뜻깊었던 열매다.

기쁨도 잠시, 운명이 얄궂었다. 1위를 한 첫해에 다른 건설사에 팔려가는 씁쓸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은 무섭게 사세를 불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2006년 편입됐다.

금호산업을 몇수 아래로 보던 대우건설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으나 통합작업을 마무리하고 재도약을 노렸다.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매년 수주와 매출을 늘려가면서 2008년까지 시평 1위 행진이 이어졌다.


◇실패한 동거, 짧았던 집권

다만 대우건설의 집권은 채 3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권불십년(權不十年)’도 안됐던 셈이다. 금호그룹과의 불편했던 동거가 원인이었다. 금호가에 양자로 들어간 이후 대우건설은 집안의 기둥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금호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자금 중 40%를 대우건설이 부담했고 금호의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대우빌딩마저 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넘겨야 했다.

시평 왕좌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2009년 3위, 2010년에는 종합 시공능력 GS건설과 순위가 뒤바뀌어 4위로 내려앉았다. 부채율 상승 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경영평점이 내리면서 전체 시공능력평가액이 떨어진 게 이유였다.

결국 금호그룹이 소화불량으로 토해낸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2010년 떠안았다. 이후 대우건설은 체질개선에 총력을 다했다. 2010년 하반기 손실을 일시에 털어버리고 서울고속도로, 금호타이어 지분, 대한통운 지분,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등 비핵심 자산을 일제히 팔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다시 3계단을 점프, 시평 3위로 복귀해 체면을 회복했다. 그 뒤로는 GS건설과 DL이앤씨(옛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과 순위를 다투며 5위권 안쪽에서 순위가 자주 변동됐다. 그러다 산업은행이 매각에 시동을 건 것은 2017년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의 본산인 아람코 등 해외자본이 관심을 보였는데 최종 우선협상권을 따낸 것은 호반건설이었다. 워낙 체급 차이가 나다 보니 '고래를 새우가 삼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시장이 시끌시끌했다. 회의적 시각에도 인수여력을 자신하던 호반 측은 돌연 의사를 철회하고 발을 뺐다. 모로코사업에서 숨겨졌던 대우건설의 대규모 손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빅5' 수성, 중흥 인수 향방은

매각이 무산됨과 동시에 신뢰도에도 직격타을 맞은 대우건설은 2018년부터 3년 내리 시평 순위가 떨어졌다. 모로코 손실로 3000억원에 이르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이 비용이 2017년 4분기 회계에 반영된 여진이 컸다.

작년에는 급기야 포스코건설에 역전당해 6위로 내려앉았다. 5위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9년 만의 일이었다. 대우건설을 제치고 자리를 빼앗은 포스코건설은 2018년부터 매년 순위가 상승해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올해의 경우 대우건설이 시평액 반등과 함께 5대 건설사로 복귀했으나, 이는 작년 3위였던 DL이앤씨가 분할 여파에 따라 일시적으로 8위에 랭크된 영향이 컸다. 다만 대우건설의 재무안정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방향성은 긍정적이다.

관건은 '새집 적응'으로 보인다. 올초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속전속결로 진행해 중흥그룹을 최종 인수자로 낙점했다. 그러나 합병 후 통합(PMI)에 대한 불안이 상당한 상황이다. 직원들 내부적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에 인수된다는 거부감, 매각 과정에서 산은 측이 진행 프로세스 등에 대해 전혀 교감이 없었다는 점에 대만 불만 등이 널리 퍼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의 충돌도 진통을 더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M&A의 성공 여부는 PMI가 가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와의 과거 사례를 또 밟지 않으려면 인수 측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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