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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산업 생태계와 어벤져스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1-10-05 07:04:54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1일 08: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수소 어벤져스’가 떴다. 지난달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 출범 총회를 빗댄 표현이다.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이 대거 참여한 것을 ‘어벤져스'에 비유했다.

어벤져스는 미국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팀의 이름이다. 마블 슈퍼 히어로는 각각의 캐릭터만으로도 여러 시리즈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어벤져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히어로 캐릭터들을 한 데 모아 팀을 꾸려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형성했다. 특정 히어로 한명에 치중하지 않고 각각의 히어로가 자신의 전투력을 최대한 발휘해 멋진 액션을 맘껏 선보이면서도 서로 협업하면서 완벽한 팀워크를 이뤘다.

재계 주요 그룹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차적으로 경쟁보다는 협업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에서 어벤져스에 대한 비유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재계는 수소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풀어야 할 규제 이슈가 산적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우선적으로 뜻을 같이 모았다. 수소기업협의체는 이를 위해 매년 9월 총회를 열어 수소 관련 주요 이슈와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꾸렸다는 점도 어벤져스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어벤져스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움직이지 않고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모은다.

지난 3월 현대차, SK, 포스코 등 3개 그룹이 나서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뜻을 모아 민간기업 주도의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6월엔 효성그룹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2개월 후 출범한 협의체에는 모두 15개 그룹과 기업이 참여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수소기업 협의체 출범식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등 3~4세 오너 경영인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1980년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국내 재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오너 경영자들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낸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의 산업 생태계는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굳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산업 전반에 걸친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은 불가피하다. MZ세대에서도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수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어벤져스는 우리말로 '복수자들'로, '지구를 파괴하려는 악의 무리에 복수를 통해 맞섬으로써 지구를 지켜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수소 생태계 구축이 단순히 기업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신사업 측면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수소기업 협의체를 어벤져스라 명명한 것은 타당해보이는 측면이 있다.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은 저마다 남들이 갖지 못한 아이템, 필살기를 하나쯤은 장착하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의 비브라늄 방패, 토르의 망치 묠니르, 호크아이의 화살, 헐크의 괴력,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등이다. 수소기업 협의체 출범식에 등장한 MZ세대 오너 기업인들이 수소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앞으로 어떤 필살기를 장착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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