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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삼성SDI]독립성 택한 전자·전기, 효율성 강조한 SDI③전자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가 의장 겸임

김혜란 기자공개 2021-10-14 07:07:4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07: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은 최근 몇 년간 삼성을 뒤흔든 중요한 경영화두였다. 총수의 사법리스크여파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거버넌스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 기업답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란 시민사회와 글로벌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요구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소유와 경영 분리, 지주회사 전환 등 삼성이 풀어야 할 지배구조 이슈는 많지만, 여러 과제 중 당장 손댈 수 있는 건 이사회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으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의 전자계열사 3사(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중 적극적으로 움직인 건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였다. 두 곳은 이사회의 리더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의장 자리를 사외이사에 넘겨주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도록 바꿨다.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전자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사추위에서도 사내이사를 배제하지 않았다. 기술과 사업 운영의 방향성과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는 대표이사가 리더십을 갖고 이사회를 끌고 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전기는 사외이사 의장, SDI만 대표이사가 겸임

현재 삼성SDI 이사회 의장은 전영현 대표이사 사장이 겸임하고 있다. 삼성SDI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관행은 지금껏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 과거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모두 정관에서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로 한다"고 정해뒀다.

하지만 2016년 삼성은 이사회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비롯한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정관을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 중에서 선임한다"고 바꿨다. 사외이사도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삼성전기는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9년까지 이상훈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았으나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자리에서 퇴직한 뒤 의장직만 수행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 역사상 첫 사외이사 의장이 나왔다. 이 의장을 대신해 박재완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사추위도 사내이사를 빼고 사외이사만으로 꾸렸다. 삼성SDI만은 이사회 운영에서의 효율성을 택했다.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지 않았고, 사추위 구성에서도 사내이사를 여전히 포함시키고 있다.

◇계열사와 다른 문화, 대표이사에 집중된 권한 등은 고민 필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평가하는 평정기관에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게 이사회 독립성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모든 기업을 획일적 잣대로 평가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한 평정기관 관계자는 "제조업이라든가 특별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종에선 내부임원이 의장을 맡았을 때 이사회가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고 사외이사가 의장인 경우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단 걸 사외이사들도 인정한다"며 "이론상으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게 바람직한 지배구조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기업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소형전지·중대형전지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데,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화학, 소재 등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특히 삼성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의 경우 적자를 내는 등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태인 데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이사가 이사회에서도 리더십을 갖고 가는 게 책임경영을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해 발간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정관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별도로 선임할 수 있지만, 이사회에서 전 사장이 의장을 겸임토록 결의했다"며 "전 사장의 전기전자, 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안목과 사업운영에 대한 역량, 이사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관련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른 역할과 책임을 적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은 삼성 그룹사 전반에 흐르는 변화 기조다. 삼성SDI에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적 요구가 있을 수 있다. 또 현재 삼성SDI의 사추위원장은 빈자리지만 대표이사가 의장과 사추위원장까지 겸임하게 된다면, 과도하게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 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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