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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이서현 지분 매각에 '일감 규제' 피했다 12월부터 총수 지분 20% 넘으면 대상, 지분 정리로 19%대 '묘수'

이은솔 기자공개 2021-10-13 07:39:57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삼성생명보험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칼날을 피하게 됐다. 올해 12월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를 규제한다.

현재 삼성생명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20%를 넘는다. 이런 가운데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신탁을 맡긴 지분의 매각이 완료되면 19%로 떨어진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1.73%)를 처분신탁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0.33%)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1.95%)를 매각한다는 유가증권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 처분신탁은 국민은행이 맡는다.

총수일가가 지분 매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지난 4월말 이 사장과 이 이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중이었던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았다.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전체 상속세 12조원가량 중에서 약 11조원이 주식에 대한 몫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적용도 피하게 됐다. 오는 12월 30일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을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대상으로 정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넘을 경우에만 규제 대상이었고, 삼성생명은 지분율이 30%를 넘지 않아 대상 기업에 지정되지 않았다.

삼성생명에 대한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은 20.82%로, 현재 지분율대로라면 올해부터는 공정거래법의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 지정될 예정이었다. 2021년 6월말 기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10.44%를, 이부진 사장은 6.92%를, 이서현 이사장은 3.4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 그룹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관리 감독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해 연말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직후 준법감시위는 법안 개정에 따라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된 삼성생명과 삼성웰스토리 등 계열사에 대해 법 개정 취지에 따라 관리 감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서현 이사장이 지분을 처분하면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 이사장은 보유 지분의 절반인 1.73%의 처분을 공탁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19.09%로 떨어져 개정안의 기준인 20%를 하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 6개사는 일감 몰아주기 상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71.9%)와 삼성자산운용(100%),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99.8%), 삼성생명금융서비스보험대리점(100%), 삼성SRA자산운용(100%)을 자회사 형태로 두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그룹 총수를 검찰 고발 대상에 오르게 할 수도 있는 대표적인 '법률 리스크'다. 물론 삼성 금융 계열사의 경우 당장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사익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삼성SDS의 경우 그룹사의 IT시스템 구축 등이 부당하게 집행될 경우 실질적인 불공정거래가 발생할 수 있지만 보험이나 금융 계열사의 경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져 다른 업권 대비 불공정한 내부거래가 쉽지 않다.

다만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오르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공정위는 주요 기업의 내부거래 등 거래내역 공시 등을 통해 사익편취를 규제하고 위반유무를 직권 조사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경우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허용하지만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내부거래는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게 원칙이다. 또 규제대상 회사에 내부거래가 발생할 경우 과세대상이기 때문에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삼성 금융 계열사는 그룹 통합 플랫폼을 구축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에서도 부담을 덜게 됐다. 현재 삼성생명은 금융당국 제재 의결 중이라 마이데이터 등 금융권 신사업 진출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하고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300억원 이상을 집행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대상에 지정되면 당장 실질적인 제동이 걸리지는 않더라도 공정위나 국회, 삼성그룹 내 준법감시위 등에서 지적할 만한 구실이 된다"며 "상속세 납부와 곧 시행되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대상 제외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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