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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은 대만해협이 아닌 '다른 곳'에서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대표공개 2021-10-18 13:30:29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4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영국의 항모가 아시아를 향하고 미국의 핵잠수함이 대만해협에서 미상의 물체와 충돌하는 등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은 언제라도 확전으로 갈 수 있다는 암시를 전세계에 보내고 있다.

다만 2차대전 이후 핵보유국끼리 전쟁한 적이 없다는 귀납적 사고와 선례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블랙스완론적 접근 사이 어딘가에 각자의 결론을 의지하고 있는 중이다.

서방에 소련이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었을 시절 미국은 강력한 핵보유국 소련을 상대함에 있어 군사력이 아닌 경제, 정치적 해법을 선택했다.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했고 소련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원유가격을 폭락시켜 경제적으로 무력화했다.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점증하는 지금 우리는 겨울이 되면 더 많은 에너지 수요로 추가적 유가상승이 예상된다는 1차원적 해설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대만해협이 아닌 경제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간의 이해관계를 들여다 보아야 할 듯하다.

첫째 미국에게 에너지 가격 상승은 득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 둘째 미국은 에너지가격 형성에 가격결정자(Price maker)의 지위인가, 가격수용자(Price taker)의 지위인가?

세일오일과 가스시추로 인해 미국은 현재 일일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산유국의 지위에 올랐다. 에너지가격이 오르면 미국의 부는 증대된다. 다만 세계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기도 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상승은 미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의 희생 또한 수반한다. 만약 후자가 더 중요하다면 미국은 증산을 통해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능력, 즉 가격결정자(Price maker)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카드를 쓰지 않는 이유를 따지자면 이유는 중국 전략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면 중국의 고통은 배가된다. 지난 8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비 9.5% 상승했다. 반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1%대 상승에 머물렀다. 즉 원자재가격 상승이 가져온 제조원가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지 못하고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얘기다.

한편 지난 수 년 동안 높게 유지돼왔던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상관관계가 올해부터 급격히 낮아졌다. 원화의 달러대비 가치가 약세로 진행되는 동안 위안화의 달러대비 가치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만약 위안화가 약세되는 것을 방치했다면 수입원자재 가격상승에 의한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높은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중국 제조기업의 이윤은 축소되고 있는데 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사상 최고치로 오른 물류비용으로 수출을 통한 이윤창출도 어려운 상태다.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의 전환 계획은 미국의 기술이전 반대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부가 제조시설은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이 진행 중이다. 와중에 회색코뿔소로 불리는 중국의 부채문제는 헝다그룹을 시작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장은 이미 대만해협이 아닌 다른 곳에 형성돼 있으며, 타협이 어려움을 감지한 중국은 사회기강 통제를 통해 정치적 안정을 지키고자 다방면의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수십 년 간 형성돼 온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체인에 균열이 생기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는 안좋은데 물건 값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인체도 혈관이 막히면 우회로를 개척하듯 글로벌 공급체인도 다시 형성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고통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파국을 의미하는 군사적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제전쟁을 선택한다면 아니 선택했다면 전세계인이 함께 감수해야 할 과정일 수 있다.

코로나 국면이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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