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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모호한 '공모주 제도' 변화, 주관사 부담은 가중 [Market Watch]시장 상승 사이클에 초점 논의, 일몰제 검토 필요 목소리

최석철 기자공개 2021-10-25 13:41:24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0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주 시장 제도 변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공모주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청약 증거금을 경쟁률에 따라 차등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투심이 싸늘해졌을 때 주관사가 짊어지는 미매각 리스크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주 제도는 올해 초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더욱 넓히겠다는 목표 아래 이미 한 차례 제도 변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추가 개편 논의가 이어지면서 피로감도 크다. 애초에 시장의 상승·하락 사이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서 혼란만 가중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약증거금 50%룰 개편 논의...실효성 의문, 실권주 부담↑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통상적으로 50%인 청약 증거금을 경쟁률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약 증거금은 유상증자나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가 발행사 주식을 사기 위해 계약금 형식으로 내는 돈이다. 현재 일반투자자는 통상 청약하는 물량의 50%를 증거금으로 입금한다.

공모주의 기관 경쟁률이 높을수록 증거금률을 30%나 20% 등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대형 IPO가 등장하면 수십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쏠리는 것과 동시에 해당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해 대출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일부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증거금의 규모가 가계부채 또는 공모주 시장의 과열과는 직간접적인 상관관계가 적다는 지적이다.

올해 균등배분 제도가 도입돼 경쟁률이 높은 딜의 경우 '슈퍼개미'를 제외하면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최소 청약증거금을 넣고 공모주를 받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주 투자와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모주 시장의 과열 현상을 막겠다는 목표지만 증거금이 작아지면 그만큼 여러 종목에 동시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도 역설적이다.

문제는 시장의 활기가 움츠러들었을 때다. 장이 좋을 땐 상관없지만 장이 나쁠 때에는 주관사와 인수단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일반 청약 경쟁률이 기관 경쟁률을 바탕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하다면 추가 배정에 따른 추가 납입 과정이 필요하다. 납입한 청약 증거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약 단계에서 예상보다 흥행에 실패한 공모주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추가로 청약금을 넣을 유인은 없다. 강제성도 없는 만큼 물량을 포기하는 셈이다. 적은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만큼 일반투자자의 부담은 낮아진다. 반대로 해당 실권주는 고스란히 주관사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하락 사이클로 돌아서면 기관보다 개인의 투심이 더욱 빠르게 얼어붙는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에 따른 제도 개편...공모주 시장 중심은 기관? 개인?

시장에서는 올해 초 공모주 제도 변화와 마찬가지로 시장이 호황일 때를 전제로 한 제도 개편안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모주 제도는 올해 들어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 비례배정 방식이 고액자산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정이다.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은 전체 공모주식 20%에서 25%로 확대됐다. 우리사주조합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최대 전체 공모주식의 5%를 일반청약자에게 추가 배정할 수 있게 됐다.

균등배정 방식도 도입됐다. 주관사가 정한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 중 50% 이상을 균등배정으로, 나머지는 현행과 동일하게 청약증거금 비례방식으로 배정한다.

하지만 IPO 시장은 늘 호황일 수 없다. 일반 공모청약 물량을 늘리고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했다가 추후 공모주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그 실권주는 고스란히 주관사가 져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반발이 컸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부담을 줄여 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목표 아래 흐지부지됐다.

지금의 공모주 제도로 바뀐 지 1년도 안돼 또 다시 공모주 제도가 개편된다면 실무단에서의 피로감만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향후에 추가적인 공모주 제도 개편 가능성도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모주 시장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부분을 억제하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공모로 변화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와는 사뭇 정반대에 가까운 발언이다. 시장 플레이어를 더욱 혼란하게 만든 이유다.

IB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자 연착륙을 꾀하는 모습이지만 금융당국의 방향성이 지나치게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다만 이미 도입된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확대와 균등배정 제도 등에 대한 일몰제가 검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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