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10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이 실리콘카바이드웨이퍼(SiC) 전문기업인 손자회사 SK실트론CSS의 추가 증설 계획을 내놨다. 미국 정부가 요청한 반도체 공급망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공개됐다.

앞서 7월 SK실트론CCS는 이미 한 차례 3년간 3억달러(약 3450억원)를 투입해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1만3000㎡ 크기의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증설 계획을 발표한 지 3달 만에 5년 계획을 다시 발표하면서 3억달러 추가 투입안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사태를 명분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정보 제출을 요구한 만큼 SiC 웨이퍼 생산능력을 더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앞세워 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SK실트론CSS는 전기자동차용 전력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SiC 웨이퍼를 제조하고 있으며 미국에 공장이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미국 상무부에 2026년까지 미국 SiC 웨이퍼 증설에 총 6억달러(7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안을 전달했다. 이번 증설 계획은 미 상무부가 반도체 제조기업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따라 SK도 정보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SK실트론은 고객사 정보는 밝힐 수 없는 만큼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서신 형태로 자료를 보냈고, 서신에서 이 같은 계획을 전했다. SK실트론은 "미국 미시간주 투자 등을 통해 미국 반도체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증설안을 제시했다.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고열과 고전압에 강하고 반도체 칩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전기자동차 도입 본격화와 맞물려 활용도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SiC웨이퍼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기존 사업자들이 증설하지 않는 한 공급을 맞추기가 어렵다. SK실트론CSS의 경쟁사는 미국 크리(CREE)와 투식스(II-VI) 등으로 제한된다.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해소를 위한 현황 파악 명목으로 정보 제출을 요구했단 점을 감안, 여기에 맞춰 공급 확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SK실트론 지난해 2월 말 미시간주 오번에 있는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 인수하며 SiC 웨이퍼 사업에 진출했고 같은해 3월 SK실트론CSS를 설립했다. 지난 7월엔 기존 오번 제조기지에서 가까운 곳에 '2공장'을 증설해 급증하는 SiC 웨이퍼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실트론 측은 "추가로 투입하는 3억달러가 어느 지역에 투입되고 언제 집행될지 등은 결정되지 않았고 증설 목표만 세워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전망이 밝다고 해도 SK실트론 입장에서도 무작정 투자금을 쏟아부을 순 없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라 SK실트론CSS은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

당장 적자상태에서 7000억원이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긴 쉽지 않지만, SK는 앞으로 전기차 공급 확대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익이 감가상각비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커지는 흑자전환시기도 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실트론이 채무보증, 대여 등으로 손자회사를 지원하게 되면 결국 실트론의 재무부담으로 돌아오지만 5년에 걸쳐 재무에 크게 무리가 가지는 않는 선에서 투자집행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