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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이사회의 리스크관리 강화해야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12-01 09:37:04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09: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질적인 이사회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들의 경영 감독과 참여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현대의 대기업들은 사업 내용이 복잡하고 고도로 전문적이며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대개 10인 미만인 이사회가 모든 현안을 심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결정을 이사회(사외이사)가 경영진(사내이사)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사회 경영을 실질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그 위임 범위를 어느 정도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미국 판례의 동향이 참고가 될 것 같다. 종래 미국 판례는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감독의무 위반을 판단함에 있어서 이른바 ‘캐어마크(Caremark) 기준’을 적용해 왔는데 최근 델라웨어 주 법원의 보잉(Boeing) 사건 재판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이 기준이 변화를 겪고 있다.

2017년과 2019년에 보잉이 제작한 에어맥스737이 추락해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기체에 장착된 센서가 오작동해 기체를 하강시킨 것이다.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조종사 훈련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사고 후 동일 기종은 모두 비행을 금지당했고 그 결과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보잉의 상용기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62%에서 45%로 하락했다. 그러자 회사의 일부 주주들이 이사들의 리스크관리 의무 해태를 이유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주식회사의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진이 사업상의 핵심적 리스크를 잘 관리하지 못한 결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경영진에 대한 감독의무 해태를 이유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법률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 ‘캐어마크기준’이다. 단, 이사회의 경영진과 임직원에 대한 감독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소홀했던 경우”에만 이사들이 책임을 진다. 1996년에 제약회사 캐어마크 직원들이 병원에 뇌물을 제공해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이사회가 컴플라이언스시스템을 설치하고 리스크를 잘 관리해 왔음을 이유로 사실상 면책된 사건에서 확립된 원칙이다.

이사의 임무해태에 관한 입증책임이 원고측에 있기 때문에 종래 캐어마크기준으로 이사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최근 법원이 원고측의 회계장부 열람과 기타 서류 제출 요청을 점차 넓게 허용함에 따라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나아가, 법원은 회사의 사업 영위에 핵심적인 컴플라이언스와 법률적 리스크는 이사회가 그 관리를 경영진에 위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이사회가 직접 다루어야 한다고 보기 시작했다. 즉, 그에 필요한 이사회 레벨의 공식적 심의 절차를 정비하고 관련 문서를 작성할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보잉 사건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법원의 태도도 이러한 판례의 조류와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사회 경영을 강화한다고 해서 이사회의 업무 범위를 무한정 확장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실효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하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사회의 직접적인 경영판단과 경영감독이 필요한 사안의 범위를 넓히기는 하지만 중점에 착안해야 할 것이다. ESG 경영이 큰 조류인 현황에 비추어 제품 안전과 작업장 안전 등 회사 안팎에서 발생하는 인명관련 리스크관리와 성희롱, 사이버보안 등에 관한 리스크관리에 우선적 중요성을 부여하면 좋을 것이고 친환경 경영의 실천에 수반되는 사안들도 이사회가 가급적 직접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사회는 회사경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수동적 관리와 감독이 아닌 적극적 점검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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