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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꽉 막힌 신생·소형 운용사 [thebell note]

김시목 기자공개 2021-11-30 13:09:11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설립 3년차를 맞은 A사모운용사는 끈질긴 구애끝에 대형 판매사인 ㄱ증권사 실무진들로부터 연말 신상품 출시를 구두로 약속받았다. ㄱ증권사 대표의 결제만 남은 상황. 대표는 참신한 전략과 운용 철학에 만족했지만 결국 상품화를 불허했다. 갈수록 짊어질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굳이 모험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해외 유학파 출신 매니저가 대표로 있는 B사모운용사는 미국 헤지펀드 시장에서 찾은 획기적 금융상품의 국내 출시를 위해 ㄴ증권사와 협의를 이어왔다. 설립 후 2년 가까이 매월 1회씩 빠짐없이 가상운용 시나리오 수치를 뽑아 상품성을 어필하고 증명했다. 증권사 실무자들도 가공할 변동성 관리 지표에 놀라움을 표했지만 출시는 무산됐다.

작지만 잠재력을 인정받은 운용사들이 겪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간판급 사모 운용사들이 리테일은 물론 기관 자금을 받아 외형을 눈덩이로 불리는 사이 신생 혹은 소형 운용사들은 갈수록 어려워진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판매사들이 정량적 기준으로 운용사 전체의 10%(300곳 중 30개)만 쓰는 제약을 뒀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물론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빈도가 늘고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2019년 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 등에 따른 냉랭한 시장 분위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수탁사와 판매사 이슈가 사그라기도 전에 거듭 새로운 암초를 만난다. 가장 최근은 사모펀드 개정안 이슈가 겹치면서 리테일 고객 기반의 신생 및 소형 운용사들은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이 강력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정상화의 계도 주체란 점에서 규제 강화는 불가항력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고객자금이 묶이는 쇼크를 받았으니 재발 방지책은 당연했다. 하지만 촘촘한 규제의 방향과 결과물이 대형사 일변 수혜와 신생사 진입장벽 상향 등으로 소형사에 최소한의 기회마저 소멸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사실 대형사를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정상화보다 폐쇄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일부에서는 폭증한 운용사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시간이라는 암묵적 해석도 나올 정도다. 소수 플레이어들의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위법에서 시작된 펀드사고 탓에 이제 꿈을 펼칠 젊은 운용사까지 도매금으로 묶여 시장을 떠나야 할 상황이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모험자본 육성이란 경제적 대의명분을 안고 성장했다. 공급자로서 역할을 자처해온 운용사들이 정작 본업에서는 도전과 실험 등 혁신이 아예 차단당하고 비즈니스 활로가 막히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건강하고 실력있는 신생 운용사의 등장과 성장을 적극 지원하는 일도 규제못지 않게 중요한 당국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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