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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라…'관세' 리스크에 휩싸인 철강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국제정치 리스크③]짙어지는 보호무역주의 색채…미국, 중국 견제 수단으로 철강관세 활용 노골화

이우찬 기자공개 2021-12-02 07:37:45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30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관세 장벽이 부각되고 있다. EU산 철강제품 관세 철폐 합의는 이 같은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EU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 합의에 대해 "미국의 중국 견제 수단으로 철강 무역이 활용되고 있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일정 물량의 EU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씩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하는데 합의했다.

미국의 EU산 철강제품 관세 철폐는 미국의 중국 견제로 요약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더러운(dirty)'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 견제가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이 철강을 덤핑해 미국 노동자와 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관세 철폐 조치가 실행되면 국내 철강업체의 수출 시장 중 한곳인 미국에서 국내산 제품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데 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제품의 미국 수출 비중은 10% 가량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철강시장이 공급 부족 시장으로 당장 피해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100%로 쿼터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국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제한 쿼터를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인 바 있다.

사실 철강업계에서 관세 장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기저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면서 자국 내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태국·인도 등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관세 부과 확대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이유로 관세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기타 나라들도 관세 장벽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 이외에 동남아 등에서도 산업화를 위해 중공업 발전을 위해 철강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자국 관세 장벽을 쌓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관세 장벽을 미중 갈등의 연장선에서 읽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관세 장벽은 사실 업계에서 예전부터 있었던 이슈로 미중 갈등이 이를 부각시킨 면이 있다"며 "미국은 관세 장벽을 상대국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는데, 그 대상 국가가 과거 일본, EU에서 G2로 부상한 중국으로 바뀐 것일뿐"이라고 평가했다.

관세 장벽에 따른 수입규제는 늘어가고 있다. 코트라의 2021년 상반기 대 한국 수입규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는 28개국, 총 225건으로 집계됐다. 수입규제는 반덤핑(AD), 상계관세(CVD),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뜻하며 조사 중인 건도 포함된다. 연도별 수입규제는 2013년 127건, 2015년 166건, 2017년 187건, 2019년 210건, 2020년 228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관세 장벽이 심화되는 가운데 실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5~2020년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 동향을 보면 중량 기준 2016년 338만5000톤에서 2017년 354만4000톤, 2018년 379만3000톤 등 2018년까지 증가세를 보였으나, EU 철강 세이프가드가 시작된 2019년을 기점으로 2019년 355만2000톤, 2020년 290만 톤 등 감소 추세에 있다.

국내 강관업체 용접강관 수출 판매량의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의 쿼터제 도입으로 2018년 153만톤, 2019년 131만톤, 2020년 127만톤 등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출처=코트라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협상력 강화와 개별 기업의 리스크 대응력 강화를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하는 세이프가드는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워 정부 차원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반덤핑관세, 상계관세의 경우 개별 기업들의 리스크 대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수출선 다변화, 현지화 전략이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언급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무역 장벽에 대한 우회 통로로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등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시장 진출로 관세 장벽이라는 리스크를 줄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세아제강을 꼽을 수 있다. 세아제강의 주력 제품인 강관은 전체 매출의 85%가량을 차지하는데, 수요는 미국에 집중돼 있다.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세아제강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세아제강은 2016년 미국 휴스턴에 있는 유정용 강관 제조, 프로세싱업체 2곳을 1억달러(약 1197억 원)에 사들여 SSUSA를 설립했다. 2018년 9월에는 SSUSA가 2500만달러(약 280억 원)를 투자해 유정용 강관 제조라인을 증설했다.

세아제강의 미국 현지시장 진출과 공략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미국의 관세장벽은 현실화됐다. 2019년 7월 미국 상무부는 세아제강의 강관에 22.7%의 반덤핑관세를 매겼다. 2018년보다 8.31%포인트 높아진 수치였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SSUSA는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투자가 시작됐다"며 "공교롭게도 트럼프 이후 관세장벽이 심화된 과정에서 시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세아제강은 2019년 베트남 현지 생산법인 SSV 제2공장을 준공하며 시장 다변화도 꾀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확대되며 국제정치 리스크가 커지는 과정에서 관세 장벽은 낮아지기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들의 수출선 다변화 강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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