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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생산하라' 고지서 받은 타이어 3사 답변은 [공급망 시대, 위크 포인트는/국제정치 리스크②] 미국, 中과 경쟁으로 '자국 산업 보호' 강화··한국산 타이어 관세 부과

양도웅 기자공개 2021-12-01 07:37:13

[편집자주]

요소수 사태는 저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글로벌 무역생태계가 공급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에서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받는다. 요소수 사태로 촉발된 공급망 리스크에서 나아가 국내 산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6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현실이 된 우려가 최초에 예상한 크기보단 줄었다는 점 정도.

올해 6월 국내 타이어 3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불공정 무역행위를 했다며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았다. 한국산 타이어는 미국 시장 점유율 3위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 트럼프 이어 바이든도 보호무역주의 노선···반덤핑 관세 부과 '속내'는

반덤핑 관세란 국외에서 만든 제품이 국내에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돼 관련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취하는 자국 산업 보호 대처이다. 국내 타이어 3사가 받은 반덤핑 관세율은 한국타이어가 27.1%, 금호타이어 21.7%, 넥센타이어 14.7%였다. 앞서 올해 초 예비판정 때 부과된 관세율보다 감소했다(넥센타이어만 소폭 상승).

타이어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부과는 곧 가격 인상을 가리킨다"며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부담을 안기기 싫다면, 회사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지금처럼 타이어의 핵심 원재료인 천연·합성고무의 가격과 해상운임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선 비용 부담을 회사가 떠안기란 쉽지 않은 선택지이다. 실제 최근 국내 타이어 3사는 국내외 타이어 판매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원재료 가격과 해상운임의 상승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판매가격 인상으로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판매가격 인상은 그간의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곧 국내 타이어 3사가 추가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또한 반덤핑 관세 부과 기간은 '5년'으로 결코 짧지 않다.

타이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은 일감 부족을 우려한 철강노조(USW)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과거 중국산 타이어에 취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미국에서 만들라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즉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바이든 정부는 전임인 트럼프 정부가 취했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노선은 폐기하지 않고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컨대 최근 배터리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선정하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생산시설에서 만든 차량은 제외했는데, 제외한 생산시설의 소유주는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미국 테네시 공장의 추가 증설을 추진한다. 미국 정부의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 한국·금호, 미국 공장 증설로 대응···넥센은 유럽 공장서 美 수출품 생산 '고민'

이처럼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국내 타이어 업계는 '미국에서 타이어를 생산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반덤핑 관세율이 가장 높은 한국타이어는 2017년 가동을 개시한 미국 테네시 공장의 2단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총 1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증설 관련 투자금을 내년부터도 지속해서 집행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의 테네시 공장 가동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등 정상화 단계를 지나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조지아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금호타이어도 공장 증설을 선택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이지만 증설을 위해 약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최대주주인 더블스타가 1000억원 가량을 출자한 베트남 공장도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지아 공장 증설은 불가피했다.

올해 6월 미국 정부는 베트남산 타이어 일부에 대해선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상계 관세란 자국산 제품에 여러 특혜를 제공해 수출 확대를 도모하는 국가의 제품에 대해 특혜 만큼을 부과하는 관세를 말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 부가하면서 많은 기업이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옮기자 베트남산 제품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 결과 베트남 정부가 환율 등을 통해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을 낮췄다고 판단해 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이 또한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결과였다. 금호타이어의 베트남산 타이어에 부과된 상계 관세율은 7.9%이다. 회사의 한국산 타이어에 부과된 반덤핑 관세율보다는 낮기 때문에 베트남 공장에서 미국향 수출 타이어를 생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받은 넥센타이어는 일단 전과 동일하게 양산 공장 등 국내에서 미국향 수출 타이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타이어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생산 안정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 공장에서 미국향 수출 타이어를 생산할 순 있지만 검토 단계 수준이다.

타이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 부과는 5년이 지나면 일단 일몰되지만 중국산 타이어 사례처럼 지속적으로 조치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 타이어 3사 모두 ITC에 재심을 청구해 반덤핑 관세 부과율을 낮추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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