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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상품 전락한 자동차보험 [thebell note]

김민영 기자공개 2021-12-01 07:28:22

이 기사는 2021년 11월 3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스크림은 동네마트의 대표적인 미끼상품이다. 아이스크림엔 가격이 표시돼 있지도 않아 마트마다 ‘50% 할인’을 내걸고 손님을 유혹한다.

신기할 정도로 현재의 아이스크림 가격은 1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엔 이전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생겼다.

아이스크림 회사들이 오로지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면서 빚어진 결과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지만 여전히 예전에 먹던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손에 쥐고 있다.

아이스크림 회사들이 간혹 신제품을 내놓기는 하지만 과감한 도전을 하기 보단 안정적 매출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험상품 중에도 미끼상품이 있다. 바로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 들어 있을 정도로 가격에 민감한 상품이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들은 함부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수 없다. 보험료 책정에 앞서 ‘3중의 눈치’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다.

우선 금융당국 눈치를 본다. 예전엔 금융당국자들이 손해보험협회를 통하거나 개별 업체를 압박해 보험료 동결이나 심지어 인하까지 종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요즘은 모니터링이라는 세련된 방식의 압박이 손보사들을 둘러싸고 있다.

손보사들은 경쟁사와 소비자 눈치도 살핀다. 자동차보험시장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사가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체제다. 이들 4개사는 십 수 년째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경쟁사 고객 빼오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에 편승해 갱신 때가 되면 가장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회사의 상품을 1년마다 갈아타고 있다. 다이렉트 상품도 많아 설계사 도움 없이도 싼 보험 찾는 건 ‘식은죽 먹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이 특색 없이 똑같다. 회사명만 바꿔 팔아도 될 정도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기본요율을 올릴지 내릴지 저울질 할뿐 상품경쟁력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올해 2017년 이후 4년 만의 자동차보험 흑자가 기대되는데도 손보사들은 어째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본요율 인하 얘기가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기본요율이 인하되면 직업, 나이, 성별, 거주지 등 가입자 특성이 보험료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또 질병보험, 상해보험, 암보험 등 다른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다. 저렴한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에게 마냥 좋은 일 만은 아니다.

또 다시 보험요율 조정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만큼은 합리적인 수준의 보험요율 인상을 기대해본다. 이게 회사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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