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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길 택한 바이오 유니콘

심아란 기자공개 2021-12-07 08:36:03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6일 07: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4월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특례 상장'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 바이오 기업이 해당 트랙을 활용할 가능성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쿠팡의 나스닥 입성에 바짝 긴장한 거래소가 마켓컬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플랫폼 기업을 코스닥으로 유인하기 위해 급조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콘 상장 1호' 타이틀에 도전한 곳은 정밀 표적치료제 개발사 보로노이다. 뒤이어 신약 개발 바이오텍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유니콘 트랙을 통한 코스닥 입성 계획을 공표했다.

유니콘 특례 상장은 시가총액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기술특례제도의 기술성 평가 절차를 완화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몸값이 5000억원 이상이면 한 곳의 전문평가기관에서만 기술 등급을 받으면 된다. 기존에는 복수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야 했다. 1조원 이상이 가능하다면 기술성 평가를 건너뛸 수도 있다.

비상장 기업에 시가총액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유니콘 트랙이 요구하는 시가총액은 확정 공모가에 상장 예정 주식수를 곱한 금액이다. 즉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가격을 정해놓고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격 하한선은 바이오 기업에 치명적인 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인 수요예측에는 기업의 IR 역량, 주관사의 기관투자자 네트워크 등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비교기업의 주가가 중요하다. 피어그룹 주가가 오르면 IPO 기업 밸류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여 투자 매력이 높아지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원하는 몸값을 인정 받기 쉽지 않다.

최근 수요예측을 마친 툴젠의 상장 밸류는 5497억원으로 결정됐다. 툴젠은 증권신고서에 희망 몸값을 최대 9410억원으로 적어 냈지만 투자자들은 40%나 낮춘 값을 매겼다. 연말이라는 시기적 특수성, 공모 물량 등 복합적인 이유가 맞물렸지만 하반기 내내 부진했던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가 흐름도 툴젠에 부담을 안겼다.

유니콘 상장 트랙으로 IPO에 도전할 바이오 기업은 수요예측 결과가 툴젠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공모 철회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시총 하한선이 정해져 있어 가격을 낮추거나 공모 물량을 줄이기도 어렵다. 애초에 IPO 밸류를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수요예측이라는 시장 평가를 피할 수 없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연구개발에 돈 쓸 일 많은 바이오텍에게 유니콘 상장은 무모한 도전이다. 엄격해진 기술성 평가에 대한 부담,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등에 떠밀려 험한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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