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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맥쿼리의 ESG와 주주가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12-20 08:07:2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0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필자는 영어강의인 ‘Investment Banking’ 과목을 담당한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투자은행의 역사, 사업, 전략, 규제 등이 내용이다. 사례연구 위주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도 강의했다.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워낙 다이나믹한 분야이기 때문에 컨텐츠를 업데이트하고 강의 준비를 하는데 애를 먹는다.

내년 1학기 강의 준비를 위해 새 자료 점검을 시작하니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금융기관이 하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거의 10배가 된 호주의 투자은행 맥쿼리(Macquarie Group)다. 맥쿼리 시총은 2021년 12월 기준 미화 약 550억 달러다. 국내에 대비하면 코스피 시총 3위에 오를 숫자다.

맥쿼리의 이름은 맥쿼리(Lachlan Macquarie, 1762~1824) 총독의 이름에서 왔다. 맥쿼리 총독은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를 근대 국가로 변모시킨 인물로 호주의 국부로까지 불린다. 1813년에 통화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스페인에서 4만 개의 은화를 수입해서 중앙에 원형으로 구멍을 내 유통시켰는데 호주 최초의 독자 주화다. ‘Holey Dollar’라고 불린다. 금융위기가 극복되었다. 맥쿼리는 그 주화 모양을 본따 로고를 만들었다.

1969년에 출범한 맥쿼리그룹은 글로벌 1위의 인프라자산운용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운용자산(AUM)에서 인프라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로, 교량, 항만 등 전통적인 자산 외에도 ESG 투자의 세계적인 경향에 맞추어 신재생에너지, 규제유틸리티 등에도 투자한다. 국내에는 맥쿼리코리아가 있고 맥쿼리코리아는 국내 유일의 회사형 상장 뮤추얼펀드 맥쿼리인프라를 운용한다. 맥쿼리인프라는 인천대교, 인천공항 고속도로, 부산신항 같은 사회간접시설에 주로 투자한다. 사실 모든 성공적인 사업이 사회에 기여(S)하는 것이지만 인프라사업은 다른 모든 사업의 토대를 조성하고 사회구성원 전체를 위한 효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한 차원 더 나아간 사회기여 속성을 지닌다.

맥쿼리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호주의 한 자산운용사(Contango) 분석에 따르면 맥쿼리가 다른 투자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리스크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과 우량한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와 부실한 자산에 대한 손절이 탁월하다는 점이 성장 기반이다. 특히 맥쿼리의 역사는 자리가 잡힌 사업을 인수하기 보다는 신규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의 방향이 서서히 변화했음을 보여주는데 인프라 투자의 비중이 커진 것도 그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단계의 사업에 투자하는 데 필수적인 리스크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맥쿼리의 또 다른 강점은 견고한 성과보상시스템이다. 여기에는 회사 내부뿐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보상인 배당정책도 포함된다. 맥쿼리는 경영진과 임직원, 주주들간에 성과 분배를 두고 발생하는 긴장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데 성공한 투자은행이다. 여기서 안정적인 경영진 운용이 가능해져서 맥쿼리에서는 전임 3인의 회장이 모두 평균 10년 이상 롱런했다. 국내 맥쿼리인프라가 특히 배당정책이 정교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아 대표적인 배당성장주로 자리잡은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21년 3분기 기준 내국인 주주 비중이 85.2%이고 그중 45%가 개인 주주들이다.

그러나 맥쿼리가 보여주는 최근의 급격한 변화는 ESG와 관련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IEA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현재의 3배에 이르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 매년 4조 달러 정도의 글로벌 비용이 추산된다. 7배의 전기 생산이 필요하며 호주의 경우 그중 70%가 재생에너지에서 충당되어야 한다고 한다. 호주의 경제지 AFR에 의하면 맥쿼리의 급격한 시총 증가는 주가의 선전도 있지만 ESG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발생한 에너지산업에서의 신규 투자 재원을 위한 증자가 잇달아 성공하고 있어서다. 맥쿼리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300개가 넘는 신규 프로젝트를 조성했고 여기에 기관 주주들이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약 10년 전 맥쿼리의 시총은 80억 달러 정도였는데 같은 호주의 거함 ANZ의 510억 달러에 비하면 미미할 정도였다. 일부 전망은 지금 550억 달러를 조금 넘는 맥쿼리 시총이 머지않아 1000억 달러 선을 넘볼 것이라고 한다. 씨티그룹과 호주 1위인 CBA의 시총이 현재 1200억 달러 정도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ESG를 촉발했고 맥쿼리는 그에 전향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해 시장의 호응을 얻는데 성공하고 있다. 맥쿼리는 ESG라는 새로운 여건 하에서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시총 확대에 진력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맥쿼리는 ESG와 주주가치가 긍정적인 상호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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