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차입 축소 기조 이어간다 [발행사분석]대규모 유증 후 재무완충력 확보…공항 슬롯 반납 등 사업 축소 리스크 변수
남준우 기자공개 2022-01-12 13:44:35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7일 14: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눈 앞에 뒀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공항 슬롯 축소 등의 내용을 담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신용평가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업계에서는 당장 있을 공모채 수요예측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 등으로 인수 자금을 대부분 마련했다. 재무적 완충력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차입 규모 축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1.5·2·3년물로 최대 3000억 발행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6일 2022년 첫 공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발행 규모는 최대 3000억원이다. 만기구조는 1년 6개월, 2년, 3년으로 구성하는 것이 유력하다. 키움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DB금융투자가 대표 주관사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가시권으로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발행하는 공모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두 기업의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내렸다. 오는 2월 전원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신용도 측면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회사 결합 시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 점유율이 100%에 달하는 독점노선이 10개 발생한다.
시장 경쟁 제한 우려가 있어 공정위는 두 기업이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 중 일부를 반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잔여 운수권이 없는 항공 비자유화 노선에 대해서는 두 기업의 운수권을 반납해 재배분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항공 비자유화 노선은 우리나라와 항공자유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노선으로 '인천-런던' 등 다수의 유럽 노선, 중국 노선, 동남아 일부 노선 등이 해당된다. 만약 두 회사가 운수권을 반납한다면 해당 운수권은 관련 법령상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된다.
해당 조건들이 실제로 승인되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수익성과 사업성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입 규모를 줄이고 있는 추세이며 재무완충력은 확실히 좋아진 편"이라며 "다만 조건부 승인 여부에 따라 사업 규모나 수익성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신용평가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역시 관련 사항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어 정확하게는 답변하기 힘들지만 슬롯 반납 등이 이뤄지면 사업 규모는 아무래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차입금, 코로나 이전보다 5조 이상 감소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이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열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비해 채무를 줄이며 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덕분이다.
대한항공의 2021년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은 9조9571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보다 5조원 이상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2조원 이상 감소했다. 사채 규모도 2021년 3분기말 기준 9335억원으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 아래를 기록했다.
이번 공모채는 아시아나 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용도와는 거리가 있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은 대부분 조달한 상태다. 2020년 7월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2020년 12월에는 기내식 판매사업을 양도하며 약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작년 3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제주칼 호텔 매각까지 결정하면서 6265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1300억원 규모의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도 추진 중이다.
자본을 확충한 만큼 재무완충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작년 3분기말 기준 대한항공의 자본총계는 6조3867억원이다. 2020년말 3조311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상증자와 보유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별도 계좌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회사채 신용등급(BBB+)에 '부정적' 아웃룩을 달았음에도 조달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다. 작년에도 세 차례에 걸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미매각 없이 완판에 성공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항공기 리스료 등 차입금 상환이나 차환 용도로 파악된다"며 "현재 수요를 파악 중인 단계라 확답할 수는 없지만 이전까지 수요예측 결과들을 봤을 때 '부정적' 아웃룩은 기관 투심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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