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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허태수 회장 취임 3년차...'속도' 아닌 '방향'에 찍힌 방점 [허태수호 GS, 어디로]①본격적 색깔 내기 시작, 그룹 체질개선 위한 장기전 시작

조은아 기자공개 2022-01-17 07:38:47

[편집자주]

허태수 회장의 GS그룹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허 회장은 2019년 12월 허창수 전 회장의 뒤를 이어 GS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당시 취임식도 열지 않고 조용히 임기를 시작했다. '조용하다'는 키워드는 허 회장의 GS그룹을 관통한다. 허 회장은 요란하지 않게 조금씩 차근차근 GS그룹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목표 지점으로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호흡대로 가는 중이다. 허태수호의 미래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3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호 지주회사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의 주인공은 GS그룹의 GS벤처스였다. 과거 GS그룹의 모습을 생각하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다. GS벤처스는 지난해 12월 30일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되자마자 올해 초 출범했다. 법 개정을 앞두고 내부에서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사진)은 2019년 12월 취임했다. 2020년과 2021년을 지나 이제 임기 3년차를 맞는 허 회장의 GS그룹이 어느 정도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GS비욘드, GS퓨처스, GS벤처스. 모두 허 회장이 GS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 2년 동안 설립한 투자 회사들이다. 3곳의 이름만 봐도 허 회장이 그리는 GS그룹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벤처와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이 사업을 접목시켜 현재의 GS그룹을 넘은 새로운 GS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GS그룹은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있다. '유망하지 않은 사업'들만 영위하고 있다는 일부의 부정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나치게 높은 GS칼텍스 의존도를 낮추는 것 역시 숙원이다.

허 회장은 자신의 호흡대로 GS그룹을 천천히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 회사 설립을 비롯한 일련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GS그룹에 큰 변화는 가져오지 않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할 일은 산적해 있다.

취임 초 허 회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무려 15년 만의 수장 교체였던 데다 그간 행보를 비춰봤을 때 허 회장이 GS그룹을 빠르게 바꿔나갈 것이라는 안팎의 기대도 매우 컸다. 허 회장은 GS그룹에서 산업 변화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오너로 알려져 있다. 신사업과 관련해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오너로도 전해진다. 당시 허 회장이 GS그룹을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팎에서 기대했던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허태수 회장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허 회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하나둘씩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큰 형님'인 허창수 전 회장이 15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던 만큼 한참 동생인 허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그룹의 전반적 색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 자칫 전임 회장의 색깔 지우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과거 GS홈쇼핑 시절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허태수 회장이 벤처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허 회장은 과거 GS홈쇼핑 대표 때부터 벤처 투자에 힘써왔다.

허 회장이 이끌던 시절 GS홈쇼핑의 투자 실적은 화려하다. GS홈쇼핑의 펀드 투자금액은 3300억원 규모, 투자한 회사는 580여 곳에 이른다. 전자상거래는 물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검색, 마케팅, SNS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이런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게 아니다. 허 회장이 GS홈쇼핑에 입사한 건 2002년이다. 전략기획부문 상무에서 시작해 200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대표로 회사를 이끈 기간만 12년이다. 상무 시절까지 더하면 무려 17년 동안 몸담았다. 구상하고, 준비하고, 실제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낼 때까지 걸린 시간이 17년인 셈이다. 허 회장은 이제 GS그룹 회장에 취임한 지 만 2년이 지났을 뿐이다.

허 회장은 1957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로 66살이다. 허창수 전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났을 때의 나이가 72살이었다. 허 회장 이후에는 GS그룹 4세가 회장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인 4세들의 나이도 허 회장과 비교하면 한참 어리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 1969년생,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1979년생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상당기간 그룹 회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꽤 남아있다. 허 회장의 GS그룹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주어진 셈이다. 지난해의 휴젤 인수, GS벤처스를 비롯한 투자 회사 설립이 이제 밑그림 단계일 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휴젤 인수는 달라진 GS그룹을 상징하는 거래로 여겨진다. GS그룹이 오랜만에 업계의 관심을 받은 대형 M&A(인수합병)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는 점, 그동안 접점이 없던 바이오 사업 진출이라는 점 등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룹의 명운을 단번에 바꿀 만한 '빅딜'이라기보다는 그 '첫걸음'에 가깝다. ㈜GS가 휴젤 인수에서 부담하는 현금은 1750억원으로 전체 인수가격의 10%에 그친다.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지분율도 7%가량이다. 단번에 그룹의 체질을 바꿀 만한 거래가 아닌 가능성과 잠재력에 베팅한 거래다.

지난해 말 ㈜GS는 미래사업팀에 바이오파트를 새롭게 구축하고 DB투자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자용 상무를 영입했다. 휴젤 인수로 그치지 않고 전문가를 통해 제약 사업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추가 투자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GS벤처스도 이제 막 설립된 만큼 앞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GS비욘드와 GS퓨처스 역시 마찬가지다. 유망 기업을 발굴해 기술 도입을 우선 검토하고 가능하면 M&A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허태수 회장의 신년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허 회장은 2022년을 맞이하며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큰 시대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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