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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매각 무산 책임은 누가…산은 책임론만 있나3년만에 업황 급변, ‘과당경쟁 해소’…인수의지 떨어져 EU심사 미온 대응 분석 무게

김규희 기자공개 2022-01-17 08:05:18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3월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을 시도했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장고 끝에 최종 불허했다.

산업은행이 M&A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만큼 딜 무산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수자로 현대중공업을 택했을 때부터 독과점 우려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애써 이를 무시하고 딜을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뜯어보면 산업은행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 M&A 운전대를 잡은 건 산업은행이지만 어디까지나 기업결합 심사의 주체는 인수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이다. 2019년 본계약 체결 때와 달리 조선 산업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지가 떨어졌고 결국 딜 무산으로 이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2019년 3월 본계약을 체결한지 2년 10개월 만, 2019년 11월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 지 2년 2개월 만이다.

EU 집행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인 만큼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세계 LNG 운반선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EU 측은 “양사 합병은 지배적 위치를 창출하고 LNG 운반선 경쟁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조선 3사가 LNG 운반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87%에 달한다. 기업결합을 신청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쳐도 절반을 넘어서 60%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딜 무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본계약 체결 당시에도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존재했고 그럼에도 딜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국내 ‘빅3’ 중 시장 점유율이 가장 낮은 삼성중공업에 매각을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독과점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여력 부족 등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손을 잡았고 그 결과 인수합병 무산으로 귀결됐다.

산업은행의 잘못된 선택과 함께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계속 약화됐다. 지난해 3분기에는 누적 1조22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38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손실폭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3년간 저조한 수주로 인한 매출 감소와 강재를 포함한 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 때문이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부채 비율도 급격하게 늘었다. 2020년 말 부채 비율은 175.8%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297.3%로 급증했다.

하지만 산업은행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대주주 자격으로 M&A를 주도했지만 기업결합 심사의 주체는 한국조선해양이다. EU 집행위가 1년 6개월 전 중간결과보고서를 발표하며 실효성 있는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을 요구했지만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 특성상 단순 점유율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길어지고 불승인 기류가 확산되자 시장 일각에서는 독과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LNG 사업부문 매각 또는 자회사 정리 등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시장에서는 LNG 사업부문만 따로 매각하는 방안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포중공업 등 자회사 정리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기존 주장을 반복했고 EU 집행위가 제시한 기한 내에 조선 시장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인수자인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지가 떨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2019년 3월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2016년부터 이어져온 수주절벽과 장기간 불황으로 국내 조선사 간 가격경쟁 및 과인공급 해소가 시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업황이 180도 바뀌었다. 전세계 발주량이 조선업 불황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물동량 증가 등에 따라 상당 기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글로벌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생산능력이 조정돼 과당 경쟁에 대한 우려도 크게 줄었다.

상황이 바뀌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떨어졌고 결국 EU 요구에 불응, 최종 기업결합 심사 불허로 이어졌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쪽에서 일부러 딜을 깬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조선업 여건이 3년 전과 달라 EU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재매각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이 최근 활발하게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토대로 경영 정상화에 성공, 재매각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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