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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교보증권 인하우스 헤지펀드]'종횡무진' 그로쓰 좇는 전략가 박정일 운용역하우스 리빌딩 주축, 주식형 헤지펀드 초점

양정우 기자공개 2022-01-17 07:44:23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16: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 인하우스 헤지펀드는 리빌딩(Rebuilding)작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채권형 상품인 레포펀드 선두 하우스에서 주식형 헤지펀드를 또 다른 주축으로 세우는 일에 한창이다.

이 리빌딩 현장의 일선에서 1987년생 펀드매니저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바로 하우스 내에서 '에이스' 운용역으로 꼽히는 박정일 매니저다. 먼저 랩어카운트에서 두각을 드러내자 즉각 사모펀드 운용에 투입됐다. 교보증권표 롱숏(long/short) 펀드가 호평을 받는 흐름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박 펀드매니저의 운용 스타일은 '그로쓰(Growth·성장)'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모델이 태동할 때마다 설렘 속에 성패 여부를 진단한다. 펀드의 섹터 비중을 정하는 큰 그림에서는 최상위 운용사도 넘어서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성장 스토리 : 주식 본질 매료, 동업자로 간접경험…미래지향적 성향 뚜렷

박정일 운용역은 학창시절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 현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뉴질랜드의 자본시장은 볼륨 자체가 크지 않고 고도화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여건 속에서도 일찌감치 투자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굳혔다.

무엇보다 그를 사로잡은 건 주식의 본질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발행사(기업)의 오너와 손쉽게 동업자 지위를 가지는 수단이라는 게 애당초 주식이란 콘셉트가 등장한 배경이다. 모든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주식 투자를 통해 간접경험을 누릴 수 있다.

미래지향적 성향이 뚜렷한 그는 늘상 새롭게 태동하는 산업과 비즈니스의 향방에 유독 매료됐다. 기존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와 기업 간 헤게모니 경쟁, 소비자의 신제품 선택 여부 등 향후 전개될 상황을 미리 내다보는 데 몰두했다. 이런 자신의 직관과 분석으로 성공을 확신한 기업의 동업자가 되는 게 바로 주식 투자인 셈이다. 그가 투자자를 천직으로 여겼던 이유다.

뉴질랜드의 주식 투자자는 주로 호주와 미국 시장에 집중한다. 박 운용역도 10여 년 전 현지에서 애플과 구글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당시 애플과 구글에 주목했던 건 소비자의 니즈에 세심하게 접근한다는 공통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각자 사업 영역에서 압도적 강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박 펀드매니저는 뉴질랜드 최고 명문인 오클랜드 대학교(The University of Auckland)에서 재무학(Finance)을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시기 글로벌 경기가 꺾인 탓에 현지 기업은 자국민 채용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박 매니저는 성장 여력이 큰 한국 자본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했고 몇몇 투자사를 거쳐 교보증권에 입사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키워드 '그로쓰', 1등주 선별 투자…기업 탐방 중시

박정일 운용역의 투자 스타일은 그로쓰라는 키워드 하나로 요약된다. 미래 성장성을 진단하는 게 주특기인 만큼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가치투자의 경우 가격 상승 측면에서 상한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는 "건설이나 화학 섹터 등 가치주로 분류되는 업종은 매수 포지션을 취하지 않는 편"이라며 "이런 산업은 오랜 기간 시장에서 부여한 밸류에이션(PER 배수 등)의 틀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이어도 투자 매력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성장주 투자에도 스스로 체득한 원칙을 갖고 있다. 우선 성장 산업에서는 1등 기업을 위주로 투자에 나선다. 예를 들어 지난해 대체불가토큰(NFT)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조짐을 보이자 1등주로 위메이드와 컴투스를 선정했고 발빠르게 투자에 나섰다. 2차전지 산업의 경우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를 선두 기업으로 낙점해 투자를 벌였다.

그로쓰에 초점을 맞춘 만큼 비즈니스 확정성도 중시한다. 반도체 섹터의 주요 업체 중에서도 파운드리 영역으로 진출이 가능한 기업을 주시하는 식이다. 실적 발표 시즌 때는 턴어라운드 종목도 꼼꼼하게 진단한다. 적자 기업은 밸류에이션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재량껏 타이밍에 맞춰 차트 매매를 벌이기도 한다.

펀드매니저로서 기업 탐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연간 200곳 이상의 기업을 직접 방문하려고 애쓴다. 하루에 2~3곳을 탐방하는 일정을 소화할 때도 적지 않다. 운용역이 여의도에 상주하면 타사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만 만날 수밖에 없다. 이 네트워크 범주 안에 갇히면 모두 비슷한 정보와 사고 방식에 매몰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운용역은 "탐방 기회를 가지면 공장을 직접 방문해 구내 식당에 들르기도 한다"며 "임직원의 분위기를 확인하면 예상과 달리 활기가 넘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성이 향상되는 구간에 돌입한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며 "자료만 볼 때는 놓칠 수 있는 현장 분위기가 실제 운용 과정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 랩어카운트 교보코어랩, 3년 간 누적수익률 105%

박정일 펀드매니저의 핵심 트랙레코드는 교보증권의 대표적 랩어카운트인 '교보코어랩'이다. 2019년 5월부터 운용을 전담한 이후 3년 간 누적 수익률이 105.31%에 달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따져보면 매년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교보코어랩은 국내 코어 섹터를 주도하는 코스닥 기업이 타깃이다. 우선 최선호 섹터는 정보기술(IT) 산업이다. 유진테크 등 반도체 장비주에 무게를 실으면서 산업 사이클에 따라 디스플레이와 5G, 2차전지 장비주에도 투자를 벌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게임 섹터 등도 주시하고 있다.

잭팟을 터뜨렸던 대표 종목은 케이엠더블유(KMW)다. 2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통신장비업체로 2019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이었다. 5G 상용화라는 강력한 추동력 덕에 당시 하락장에서도 텐베거(주가가 10배 오른 종목)에 근접하는 주가 랠리를 벌였다.

최근 투자 종목 가운데 인상 깊은 투자처는 서울옥션이다. 교보코어랩이 2020년 말 매수한 후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지난해 들어 미술품 호황과 NFT 호재가 겹치면서 역시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급등했다. 박 매니저는 미술품 거래시 양도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데 주목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헤지(hedge) 효과와 미술품 수요 증가를 감안해 투자 타깃으로 선정했다.

◇트랙레코드2 : 교보표 주식형 주축 'K-롱숏펀드', 숏 포지션도 수익 추구

지난해는 교보증권이 주식형 헤지펀드의 주축 스타일을 정착시킨 원년이다. 레포펀드 일변도에서 외연 확장에 나서고자 오랜 기간 주식형 펀드를 준비해 왔다. 고심 끝에 박정일 운용역이 총대를 메고 전통적 롱숏 전략을 앞세우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6월 결성한 '교보증권 K-롱숏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K-롱숏펀드, 330억원)'과 10월 론칭한 '교보증권 A-롱숏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하 A-롱숏펀드, 205억원)'이다. 두 펀드는 결성일 이후 수익률이 준수한 성적(각각 7.13%, 3.77%)을 내고 있다. 연환산시 단순 계산하면 14%, 12%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롱숏 펀드의 타깃은 교보코어랩과 비슷하다. 다만 이들 헤지펀드의 볼륨이 200억원 이상이어서 코스피 종목도 담아야 하는 게 차이점이다. 두 펀드가 지난해 결성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했던 종목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하이브가 대표적이다.

교보증권표 롱숏펀드는 숏 포지션(공매도)을 단순히 수익의 헤지 차원에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 차익 실현의 툴(tool)로 쓰고 있다. 전통적 방식의 롱숏 스타일을 그대로 고수하는 전략이다. 롱(매수)과 숏 포지션의 비중은 80대 20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숏 포지션으로 실익을 챙겼던 대표 종목은 화학주(대한유화, 효성티앤씨 등)와 운송주(팬오션)다. 화학 섹터는 올해가 증설 사이클이 도래하는 시기여서 수급 리스크가 불거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과잉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이익 성장률이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운송 산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간헐적으로 컨테이너 운임지수의 상승세가 끊기는 것을 눈여겨봤다. 본래 HMM을 공매도 타깃으로 설정했으나 대주 이자율이 너무 높아 팬오션으로 대체했다. 컨테이너와 벌크 운임지수의 상관관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숏 포지션의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결과적으로 박 매니저의 예측은 적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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