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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수렁에 빠졌던 명품 브랜드 ‘구찌’를 살려낸 한 남자의 이야기<하우스 오브 구찌>의 숨겨진 주인공인 도메니코 데 솔레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2-01-17 09:02:16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7일 08:5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5년 3월 27일 월요일 아침,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 창업자의 손자이자 구찌의 전임 회장이었던 마우리찌오 구찌가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 회사가 있는 건물 계단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46세. 그로부터 2년 후, 그의 전 부인이었던 파트리시아 레지아니가 청부한 살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탈리아는 물론 전세계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바로 그 실화를,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일군의 명배우들과 함께 영화화한 작품이다.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는 명품 브랜드의 창업자 가문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며 지난해 말 공개되었지만, 아쉽게도 감독의 연출에 대한 평단의 평은 그다지 좋지 못했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흥행 성적도 부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리시아를 연기한 레이디 가가, 구찌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일군 알도 구찌를 연기한 알 파치노 그리고 그의 아들 파울로 구찌를 연기한 자레드 레토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2시간 40분 가까이 되는 긴 영화를 이끌어간 것은, 영화의 막바지에야 등장하는 살인 사건이 아니라 구찌 일가의 독특한 인물들을 실감나게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드라마 자체로는 아쉬운 면이 분명 있지만, ‘기업 영화’라는 틀에서 보면 칭찬받을 부분도 매우 많은 작품이란 평가도 많았다. 창업자 가문의 사람들이 회사를 대하는 방식,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부 투자자의 등장 그리고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과 디자이너가 회사를 살려내는 과정 등을 매우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각에서 보면, 구찌의 자문 변호사로 시작해서 결국 CEO 자리에까지 오르는 인물인 도메니코 데 솔레(잭 휴스턴 분)란 등장인물은 매우 흥미롭다. 로마에서 법대를 졸업한 후 하버드에서 법학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로펌의 파트너로 일한 경력이 있는 그는, 80년대 초부터 세무 자문을 해주면서 구찌 일가와 인연을 맺은 실존 인물이다.
자문 변호사인 도메니코 데 솔레(오른쪽)가 구찌 일가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장면.

당시 구찌 그룹을 이끌던 로돌포 구찌(제레미 아이언스 분)가 83년 사망하자, 갑작스럽게 경영권을 넘겨 받은 그의 아들 마우리찌오(아담 드라이버 분)는 이듬해 도메니코를 구찌 아메리카 CEO로 영입한다. 삼촌과 사촌인 알도와 파올로 부자에 대항해 벌어지고 있던 경영권 및 브랜드를 둘러싼 지리한 분쟁의 해결사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89년 도메니코는 알도와 파울로가 보유한 회사의 지분 50%를 중동계 사모펀드인 인베스트코프가 인수하게 함으로써, 마우리찌오의 경영권을 확고히 하는 성과를 이룬다. 그렇게 우호적이었던 마우리찌오와 도메니코의 협력관계는,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마우리찌오가 회사의 자금을 유용하고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도메니코는 마우리찌오를 설득하여, 93년 그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의 나머지 지분 50%를 인베스트코프에게 매각하게 하는데 성공한다. 그 직후인 94년 회사의 CEO 자리에 오른 그는 2004년까지 CEO겸 회장으로 구찌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게 된다. 창업자의 후손들이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만큼,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한 것이다.

관리가 부실하던 전세계 유통망을 개편하고, 무분별하게 진행된 라이선스 사업을 대폭 축소했으며, 마우리찌오와 긴장 관계에 있던 톰 포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승진시켜 디자인의 전권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업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를 통해 구찌는 명실상부한 명품 브랜드의 선두 주자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새로운 대주주와의 불화가 쌓인 2004년, 그는 톰 포드와 함께 구찌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톰 포드 인터내셔널을 함께 창업하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10년간 일하며 성공적인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구찌 역사에 있어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이었던 그가 영화 중반에 남긴 다음과 같은 대사는 기업 영화로서 <하우스 오브 구찌>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때로는 진실을 보기 위해 외부인이 필요하다”(Sometimes it takes an outsider to see the truth)

- <하우스 오브 구찌>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k6Lb5Ii10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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