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26일 07: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기업 IR담당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내부정보를 언제, 어떻게 알려야 할지다.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악재성 정보일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다.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나중에 알려지면 부실을 숨긴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에 위험신호를 보내려고 공개한 정보로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에게 역적이 되기도 한다.최근 LG생활건강의 사례가 그렇다. 지난해 12월 면세점 매출의 일시적인 감소를 올들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알렸다. LG생활건강 IR측은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면세점 매출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해 12월 관련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20개 이상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이같은 내용을 개별적으로 알렸다. 이 때문일까.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기업 IR담당자와 애널리스트의 업무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양측이 내밀한(?)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거래소 마저 LG생활건강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하면서 사태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거래소의 판단과 달랐다. A기업 IR담당자는 "내부에서는 면세점 매출 급감 사실을 알고 있는데 애널리스트의 질의에 함구하기도 난감한 일"이라며 "이같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고, 4분기 실적발표 시점에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오히려 이를 숨긴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년 12월 한달간 면세점 매출 감소를 공시 대상 정보로 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상 실적과 관련해 공정공시 대상 정보가 되려면 최소 분기 단위 실적 정도가 돼야 한다. LG생활건강이 애널리스트에게 전달한 정보는 작년 12월 한달간의 매출 동향이었다. 또 기업 전체 매출이 아닌 면세점 채널을 통해 거둔 일부 매출일 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미공개 된 실적 수치를 직접적으로 제공한게 아니라면 이번 이슈는 기업 IR담당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의 일상적인 소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지난 2014년 CJ E&M이 실적에 대한 사전정보 유출로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어진 이후 직접적인 실적 수치를 언급하는 일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LG생활건강 역시 분기실적 수치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재 자체가 큰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기업 IR담당자와 애널리스트 간의 소통 기준을 재정립하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문제 삼는다면 애널리스트들과 IR담당자는 앞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소통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투자자에게 득이 될지도 의문이다. 거래소가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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