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27일 1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 단위'의 투자를 단행한다. 단일 사업부 기준 최대 수준의 투자규모다. 광학솔루션은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부서로 전체 매출의 84%를 견인하는 '효자' 사업부다. 작년 아이폰13의 흥행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이뤘다.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과 수급이슈로 전장(VS) 사업 등 타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가 검증된 고부가 제품 위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모습이다.

◇잘되는 사업 더 밀어준다…광학솔루션에 '파격' 조단위 투자

LG이노텍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1조561억원 신규 시설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자기자본의 43.5%에 달하는 규모다. 광학솔루션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애플의 신모델 부품의 생산능력(CAPA)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광학솔루션 설비투자액은 역대 최대규모다. 2019년 2238억원, 2020년 4730억원, 작년 8355억원 등 해마다 전폭적인 투자기조를 이어오다가 올해는 조 단위를 넘겼다. 하반기 추가 투자 가능성도 다분하다. 작년에도 연초 계획했던 광학솔루션 시설투자(5478억원) 계획을 하반기 2900억원 확대한 8355억원으로 늘려잡은 바 있다.

LG이노텍의 전체 시설투자액(CAPEX)에서 광학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겼다. 2016년 49%에서 2020년 71%까지 확대된 뒤 작년에는 81%에 달했다. LG이노텍의 전체 설비 투자규모는 4년 주기로 출렁였지만, 이와달리 광학솔루션 부문 시설투자는 가파른 상승기조를 보였다.
잘되는 사업을 더 밀어주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돋보인다. 광학솔루션은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업부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기판소재·전장부품 3개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그중 핵심으로 꼽힌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지난 4분기 매출 4조794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메출의 83.7%에 해당하는 규모다.

타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장부품 사업부는 연이은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225억원에 달하며 시장에선 4분기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했을 것으로 내다본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영향도 있다. 기판소재 사업부의 원재료인 FCCL의 가격 상승률은 2020년 25.1%, 작년엔 3.9%를 기록했다. 반대로 광학솔루션사업의 주 원재료인 이미지센서(Image Sensor)의 단가는 0.9% 하락하는데 그쳤다.

◇올해도 아이폰SE·14 공급 출격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 등을 상대로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곳이다. 작년 9월 애플 향 매출(6조4366억원)은 LG이노텍 전체 매출(9조2225억원)의 70%를 차지한다.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전체 매출 기여도는 73%다.

최근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애플 주문량이 급증한 영향이다. 작년 애플은 아이폰12에 이어 아이폰13시리즈도 흥행에 성공했다. 작년 한해 판매량만 25.5% 증가하며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 수혜는 고스란히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의 몫이었다. 작년 광학솔루션은 매출 11조517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69.9% 증가했다. 멀티플 카메라모듈, 3D센싱모듈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었다. 광학솔루션 내 카메라모듈 비중도 75%로 전 분기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LG이노텍이 올해 '조 단위'의 파격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고객사 애플의 '수요'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LG이노텍은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보급형 아이폰SE3와 하반기 아이폰14 시리즈에도 고성능·고부가 카메라모듈 납품을 앞두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13 흥행 파트너나 다름없는 LG이노텍에 주문량을 더 늘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스마트폰 공급 부족에 따른 수요 이연효과, 점유율 상승 등 실적 호재가 많다"며 "하반기 출시작도 폼팩터 변화, 메인 카메라 업그레이드 등으로 양호한 판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IR자료에 "차별화 기술 기반의 신제품 개발과 무인화·지능화와 연계된 제조 경쟁력 향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