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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사 거버넌스 분석]SM엔터 지배구조 아킬레스건 '라이크기획'②이수만 총괄 개인회사, 22년간 1490억 수취…영업이익 35% 규모

고진영 기자공개 2022-04-18 07:49:09

[편집자주]

국내 매니지먼트사업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건 90년대 초반이다. 창업자가 휘두르는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ESG 바람과 함께 엔터사 특유의 제왕적 시스템도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이들의 지배구조와 히스토리를 더벨이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08:2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무배당 정책으로 유명한 회사다. 상장 이후 2020년까지 20년 가깝게 무배당을 고집했다.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도 지금까지 배당으로는 한 푼도 가져간 적이 없다. 적지 않은 오너들이 대규모 배당을 챙겨가 논란을 빚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총괄이 SM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통로는 따로 있다.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다. 라이크기획은 매년 빠지지 않고 SM으로부터 ‘인세(외주기획료)’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을 떼어간다. 지난해 받아간 액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200억원을 넘어섰다.

◇SM엔터, 매출 최대 6% 라이크기획에 지급

라이크기획은 이 총괄이 SM을 설립한 이후 1997년 별도로 차린 회사다. SM 보고서상 제출되는 거래비용을 제외하고는 규모나 운영방식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SM과는 1998년부터 용역거래를 텄다. 이후 프로듀싱 등에 대한 위탁계약을 체결해 용역비를 받으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SM이 상장 첫해인 2000년 라이크기획과 맺었던 계약 내용을 보면 ‘SM 소속가수들의 음악자문 및 프로듀서 업무를 담당하고 음반 매출액의 15%를 수수료로 지급한다’고 되어있었다. 이듬해는 ‘라이센스 음반의 경우 매출액의 5%를 인세로 지급’하기로 하는 문구가 추가됐다.

당시 SM은 음반발매를 와와엔터테인먼트, 매니저 업무는 '포엠이(SM엔터프라이즈)', 프로듀서 업무는 라이크기획에 맡기는 방식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있었다. 이중 포엠이는 이 총괄이 지분 65%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그러다 2002년 4월 SM은 포엠이와 합병을 단행하고 와와엔터테인먼트와도 음반유통계약을 해지했다. 나눴던 업무를 다시 통합한 셈이다. 하지만 라이크기획과의 계약건은 유일하게 남겨뒀다.


라이크기획에 지급한 비용은 외주기획료로 계상됐는데 2001년에서 2003년까지 3년 동안 총 50억원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별도 영업이익이 106억원이었으니 그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SM이 적자를 낸 2004년, 2006년, 2007년, 2008년에도 라이크기획은 연간 10억원대에서 20억원에 이르는 돈을 꾸준히 가져갔다.

2010년 무렵, SM이 한류열풍 덕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라이크기획의 매출도 고공행진을 달렸다. 그러다 2015년 다시한번 크게 점프했다. 총 99억원을 SM에서 인세로 받아갔는데 전년(75억원)보다 32%가 늘어난 수치다. 이는 SM과의 계약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SM은 ‘음반매출’의 일정 비율(15%)을 라이크기획에 지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매출’의 최대 6%를 주는 것으로 계약문구를 바꿨다.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음반매출의 15%’는 89억원에 불과했지만 ‘매출의 6%’는 117억원으로 그보다 약 20억원이 많았다. 라이크기획에 더 유리한 구조로 계약구조가 변경된 셈이다.

그 뒤 SM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억~150억원 수준의 금액을 지속적으로 라이크기획에 지급했다. 작년에는 SM이 사상 최대매출을 기록하면서 라이크기획의 인세도 역대급으로 올랐다. 2020년의 2배 규모인 240억원을 받았다.


2000년부터 22년간 SM에서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간 돈을 합산해보면 총 1486억원이다. 같은 기간 SM이 기록한 영업이익(별도) 4207억원의 35%를 넘는 액수다. 회사 수익구조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법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주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행동주의펀드 집중 포화…"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해야"

2019년의 경우 KB자산운용이 SM을 타깃으로 주주관여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KB자산운용은 주주서한을 보내 "라이크기획이 SM에서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상충에 있다"며 SM과 라이크기획의 합병, 그리고 30%의 배당성향을 요청했다.

KB자산운용이 이런 주주서한을 전달했을 때만해도 업계에는 SM 측이 제안을 수긍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 총괄이 라이크기획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SM이 1차 답변서에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기간이 필요하다’며 답변시한 연장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다시 내놓은 SM의 최종답변은 예상과 달리 강경했다. 라이크기획은 법인 형태가 아니라 합병이 성립할 수 없으며, 프로듀싱 계약을 갑작스럽게 끝내거나 바꿀 경우 SM의 사업 경쟁력 손상 등 치명적인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실제 SM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2020년 6월 30일까지로 오히려 연장했다. 이후로도 같은 조건으로 자동연장이 되도록 했다.

잠시 가라앉는 듯했던 이슈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이달 2일 주주서한을 보낸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에 라이크기획과의 용역계약을 종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곽준호 KCF테크놀러지스 CFO를 감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승기가 얼라인파트너스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라며 "주총에서 주주제안 후보가 감사로 선임될 경우 SM이 라이크기획과 지금같은 형태로 거래를 이어가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은 3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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