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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러셀 크로우도 미소 지을 UAM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5-02 09:00:48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2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폭행이 발생하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대도시 도로에 자동차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러셀 크로우의 ‘언힌지드’(2020)라는 무시무시한 영화 소재인 노상격분(road rage)을 위키에서 검색해 보면 교통체증이 그 유발 원인이다. 미국인 14인 중 1인꼴로 이 증상이 있다고 한다.

사람은 다른 운전자가 친환경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워하거나 보복 운전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통체증에 묶이게 되면 주위의 차, 즉 운전자들이 미워진다. 그래서 교통체증은 인간이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미워하게 되는 반사회적 요인이다. 단순히 경제적 비효율에 그치지 않는다.

포드자동차 회장 윌리엄 포드 2세는 “40억 대의 친환경 자동차는 여전히 길 위의 40억 대 자동차이고 환경오염이 없어도 교통체증은 여전히 교통체증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동차산업이 ESG이념을 완전히 구현하는 데는 친환경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세계 메가시티들의 규모와 그 결과로 형성된 인간 생활패턴에 비추어 보면 교통체증 문제는 해결이 난망이다. 그러면 ESG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인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모빌리티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전기추력 개인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가 주역인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이 솔루션이다. PAV의 순항속도는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다. 신호등이 없는 직선 도로를 그 속도로 달리는 전기자동차를 생각해 보면 된다. 서울 상암동에서 강남역까지 이착륙 시간 포함 15분 정도 걸린다.

미국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UAM은 저고도로 비행하는 소형 (자율비행) 항공기가 도심과 주변 지역에서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공운송시스템이다. 비행체의 진화와 안전, 운용프레임, 영공의 활용, 인프라개발, 사회기여 등으로 구성되는 에코시스템을 구현한다. 우선은 관제시스템 등 기존 헬기 운용 인프라가 활용되며 비행체의 개발과 진화에 맞추어 인프라도 정비될 전망이다. FAA는 2020년 6월에 UAM에 관한 컨셉트페이퍼 버전 1.0을 발표했는데 2022년 3월 2일에는 인프라에 관한 잠정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UAM시장은 2040년에 약 160조 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전망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조비, 유럽 에어버스의 바하나를 포함 250개 내외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술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전동화에서 해외기업들 보다 경쟁력 우위인 현대차는 우버와 함께 수년 내 UAM 상용운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UAM의 발달이 대도시 면적의 30%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울이라면 여의도 20개가 넘는 면적이다.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대도시에 산다. 북미와 남미는 그 비율이 80%를 넘는다. 대도시는 글로벌 GDP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대도시가 소멸될 수는 없기 때문에 스마트 모빌리티를 혈류로 하는 스마트 시티의 구현이 인류의 과제다. 한 계산에 따르면 EU의 경우 교통체증이 유발하는 경제 손실은 매년 1천억 유로에 달하고 2030년에 이르면 이 숫자는 3배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운전자가 매일 50분을 길 위에서 낭비한다는 조사도 있다. 우리가 평생 도합 3일의 시간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쓴다는 말도 있는데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다. 이 숫자는 물론 영화 속 러셀 크로우 같은 대도시 사람들의 심리황폐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UAM은 자동차산업과 항공산업이 ESG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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