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LG화학 ESG위원회 지난해 한 차례에 그쳐...그룹 차원에서 일괄 도입한 영향
조은아 기자공개 2022-05-09 07:36:47
[편집자주]
ESG 열풍 2년차. 이제 주요 기업 가운데 ESG위원회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다만 여전히 그 역할은 물론 구성원의 전문성을 놓고 안팎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ESG위원회의 설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위원회의 구성 현황, 안건 상정 범위, 승인 권한 등 기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벨이 주요 기업 ESG위원회의 1년 활동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4일 09:1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LG그룹에서도 ESG 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3M 출신이라는 점, LG화학이 다른 업종보다 환경이나 안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화학회사라는 점이다.신 부회장은 35년 가까이 3M에 몸담았다. 3M은 거의 50년 전인 1975년 환경오염 방지 프로그램인 '3Ps'(Pollution Prevention Pays, 오염방지급여)를 도입하는 등 일찌감치 환경 문제에 눈을 뜬 곳이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입사 당시 "글로벌 기업의 노하우를 한국 기업에 전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LG화학은 2020년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올 2월에는 이를 20년이나 앞당겼다. 지난해에는 국내 일반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무려 8200억원 규모다.
그러나 LG화학의 ESG위원회 활동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일단 지난해 단 한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4월에 설치됐지만 첫 위원회는 10월 중순으로 한참 늦었다.
LG그룹이 주요 상장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건 3월이다. 실제 설치는 4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 달 만에 속도감 있게 이뤄졌다. 그러나 그 뒤 6개월 동안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위원장 자리 역시 공석이었다.
10월19일 열린 첫 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을 선임하고 ESG 경영 추진현황이 보고된 게 끝이다. LG화학이 ESG 경영을 위해 실제 펼치고 있는 노력과 비교했을 때 ESG위원회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모양새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그룹 차원에서 ESG위원회를 일괄적으로 설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계열사별로 ESG위원회를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고민없이 일단 설치만 했다는 의미다. 이는 ESG위원회 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LG와 LG화학의 ESG위원회 규정은 완전히 똑같다.
권한사항에서 부의 항목은 △ESG경영을 위한 기본정책 및 전략의 수립 △중장기 목표 설정이며, 보고 항목은 △ESG경영 이행 성과 △ESG 관련 중대한 리스크 발생 및 대응에 관련된 사항 등이다.
물론 LG화학만 그런 건 아니다. 그룹 주요 계열사 역시 마찬가지다. ESG위원회 개최 횟수를 살펴보면 LG전자가 두 차례, LG생활건강과 LG디스플레이는 한 차례씩 여는 데 그쳤다. ESG위원회 규정 역시 같다.
지배구조 평정기관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발표를 한 뒤 일단 일괄적으로 설치를 했는데 아직 어떻게 운영하고 실제 ESG 경영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며 "LG그룹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SG위원회의 역할을 애초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ESG위원회의 권한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그룹 차원에서 ESG위원회 역할과 목표 등 구체적 역할을 수립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 ESG위원회 역시 점차 틀을 갖춰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G그룹 지주사 ㈜LG에서 그룹 공통의 ESG 관련 IT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2023년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LG그룹만의 ESG 인덱스 역시 개발하고 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ESG 인덱스를 경영진 성과평가(KPI)에 연계하는 방안 역시 검토할 계획이다.
LG화학 ESG위원회는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 4명 전원이 참석하고 있으며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인 신학철 부회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초 위원장은 차국헌 사외이사였으나 임기 만료로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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