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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사내이사는 멸종하는가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5-12 10:04:1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구에서는 대기업 이사회가 사외이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형태로 변모해 오면서 이제는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사내이사)는 CEO 한 사람뿐이거나 CEO를 포함, 2~3인 정도의 비중만 차지한다. 사외이사 비중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규제기관이나 사법부가 사전, 사후로 경영진의 기업경영을 감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업상의 결정에 대한 공적인 감독이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즉 사외이사제도는 기업에 대한 외부적 규제의 기구적 대안으로 발달했다. 여기에 사법부가 사외이사가 다수인 이사회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사법심사를 고도로 자제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 제도의 발전에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했다.

그러면 사내이사는 이제 서서히 멸종하게 되는가? 조지워싱턴대 페어팩스 교수가 일러주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내, 사외 막론하고 기업 이사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은 전문성이다. 이 전문성은 일반적인 전문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회사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포함한다. 양자가 결합되어서 회사의 사업상 결정이 적절히 내려지는 데 기여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은 일반적인 전문성은 갖추었을지 몰라도 당해 회사 사업에 대한 전문성은 많이 부족한 것이 보통이다. 경력이 얼마되지 않은데다가 파트타임이기 때문이다. 사내이사들이 이 대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사내이사의 약점이 독립성 결여라고 한다. CEO와 상하관계에 있기 때문에 CEO의 판단과 결정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랜 세월 CEO와 함께 동고동락한 사내이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CEO를 보좌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그로써 CEO의 판단과 결정에 효과적으로 기여한다. 사외이사가 원칙의 문제로 CEO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면 사내이사는 회사 시스템 전체를 활용한 체계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이 문제는 CEO와 특정 사내이사의 개성, 인간관계가 크게 좌우한다.

셋째, 설사 사내이사가 CEO에 독립적이기 어려웠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이사회에 사외이사들이 다수다.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지금껏 CEO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내이사라도 달라진 분위기와 제도적 환경 아래에서는 소신껏 일하기가 용이해졌다. 때로는 사외이사를 ‘활용해서’ 본인의 뜻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사외이사제도가 뜻하지 않게 사내이사의 독립성도 강화해 준 것이다.

넷째, 사내이사는 회사가 생업의 터전이다. 수입도 전부 회사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직업상의 불편이나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피하려 할 것이다. 사내이사가 될 정도면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성공적으로 회사 생활을 했고 사내외에서 인정받았다. 이제 퇴직도 멀리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회사 생활의 평탄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소신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그러면 사외이사는 전혀 그렇지 않은가? 정도의 차이지만 사외이사도 그런 것들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내이사만의 취약점은 아니다.

사내이사의 가장 큰 기여는 회사의 사업과 사람들에 대한 현재와 과거의 정보, 그리고 본인의 경험을 이사회에 (잘) 공급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는 그 정보 없이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고 사외이사는 아무리 기업 경력이 많아도 외부인이기 때문에 그 역할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제도의 역사는 아직 짧다. 더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온통 사외이사와 그 확충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사외이사가 과반수가 되는 정도의 이사회 구성이 일단 바람직하고 미국처럼 거의 다 사외이사인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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