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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도가 설립한 VC, 펫보험·비만치료제 등 투자 박준범 제이커브인베스트 대표 "제일건설과 공동창업, 헬스케어 블라인드 펀드 계획"

홍숙 기자공개 2022-05-18 08:20:53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7일 07: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본과 1학년 시절 우연한 기회에 투자 동아리에 들어간 한 수의학도. 그는 기업과 산업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를 집행하는 일이 흥미로웠다. 수의학도로서 한 생명체를 좁고 깊게 들어가는 것과 달리 투자를 공부하며 보다 폭넓은 세상을 접한 그는 수의사 길 대신 도이치뱅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KB자산운용에서 바이오 뿐만 아니라 전 산업 상장사 투자 업무를 맡았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준범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는 작년 3월 설립된 벤처캐피탈(창업투자회사)이다. 제일건설이 60%, 주요 임직원이 40% 지분을 갖고 있다. KB자산운용에서 수의학 전공자로서 바이오 투자를 주로한 박준범 대표와 아모레퍼시픽, OCI 등에서 바이오 부분 투자를 한 김형준 이사가 주요 창업 구성원이다. 더벨은 박준범 대표를 만나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의 헬스케어 투자방향성을 들어봤다.

-제일건설과 공동창업한 이유가 있나.

▲2018년부터 건설사들이 신산업 진출에 관심이 많아졌다. 제일건설도 당시 신산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었다. 우리는 인력과 자원을 지원하고 제일건설은 자본을 투자해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인력 구성은.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와 주로 상장 시장을 투자해 왔다. 2015년 한미약품 기술이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바이오 투자에 집중해 왔다. 함께 창업에 참여한 김형준 이사는 아모레퍼시픽과 OCI에서 바이오 투자업무를 오랫동안 했다. 마지막으로 '티카로스'라는 기업에서 사업개발전략을 맡았다. 최근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와 운용사(GP) 등록을 맡아주실 박인 상무를 영입했다. 박 상무는 일본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PEF 경력을 오랫동안 쌓았다.

-펀드 규모는.

▲블라인드 펀드(1~3호) 3개와 프로젝트 펀드 3개(4~6호)로 총 220억원 규모다. 하반기에 헬스케어 플랫폼 전용 블라인드 펀드도 내 놓을 계획이다.

-주요 투자포트폴리오는.

▲'펫트너(Petner)'와 '글라세움(Glaceum)'은 초기부터 투자에 참여했다. 수의학을 전공하다 보니 반려동물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가 많이 들어온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직까지 수익모델이 명확한 곳을 많이 만나지 못 했다. 그러던 차에 반려동물 보험(펫보험) 회사 '펫트너'를 만났다.

이미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이 펫보험 서비스를 출시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모두 만족하지 못해 가입률이 0.4%에 불과하다.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약 130% 다. 보험 서비스를 판매해도 큰 이익을 보지 못 하는 구조다.

이처럼 보험사가 손해율이 큰 이유는 질병력이 있어도 모든 동물이 동등한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반려동물을 가진 보호자는 굳이 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반면 병력이 있는 동물의 가입자만 몰려 보험사의 손해율은 올라가는 구조다.

펫트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강검진 전문 동물병원을 세웠다.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보험을 추천해 준다. 보험사는 아니기 때문에 DB손해보험과 연계해 펫보험을 판매한다.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보험 상품을 추천해 소비자는 기존 보험보다 저렴하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글라세움'은 비만 치료제 개발회사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삭센다도 여전히 주사제나 부작용 이슈가 있다. 글라세움은 미토콘드리아 활성을 높이는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LP-1 저해제처럼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과 달리 기초대사량 자체를 높이는 글라세움의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투자를 집행한 기업은.

▲남성 건강관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Sir's)'가 대표적이다. 최근 헬스케어 플랫폼 분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해당 산업이 성장했다. 헬스케어 플랫폼 분야는 △의료데이터 △실버테크 △원격의료 분야에 집중해 투자 검토를 진행 중이다.

원격의료 기업으로 분류되는 썰즈는 탈모 등 남성질환에 특화된 원격의료 플랫폼 기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헬스케어 플랫폼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적자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회사가 배송비 등으로 인한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자(환자)는 원격의료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썰즈는 수익모델과 방향성이 명확했다. 탈모치료제에 집중한 원격 진료로 인해 거래액이 유의미하게 성장하고 있고, 탈모치료제 제약회사에의 협상력(bargaining power)이 높아졌다. 또한 탈모 관련 이용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원격 진료 이외의 다양한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에는 탈모 뿐 아니라 남성 건강에 필수적인 영역들로 영역 확장 또한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만의 투자 기준은.

▲현 시장 상황에서는 오히려 시리즈 C 등 후기 투자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 인상으로 나스닥 기업공개(IPO) 지표도 우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동기 대비 올해 5월까지 미국 투자은행(IB)이 IPO를 통해 얻은 수수료는 작년대비 약 7%에 불과하다. 금리 인상으로 미국 역시 상장 시장이 경색됐다. 향후 몇년동안 IPO 시장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IPO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또 다른 엑싯(EXIT) 방안도 있나.

▲초기 기업을 200~300억원 밸류로 투자해서 약 1000억원까지 밸류를 올려 인수합병(M&A)이 가능한 기업을 주로 살펴보고 있다.

-투자 뿐만 아니라 사후관리도 VC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글로벌 제약회사 관점에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도움을 드리고 싶다. 이를 위해 우리도 자문단(advisory)을 둬 해당 회사의 파이프라인의 과학적 조언을 드린다. 뿐만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끝으로 국내 바이오 생태계가 여전히 발전 단계에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상장사를 주로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를 만나면 국내 바이오에 대한 신뢰가 바닥임을 체감한다. 당분간 국내 바이오 기업이 신뢰를 회복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다. 이 분야에 훌륭한 인재들이 모이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배경을 가진 인력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 여전히 시장에는 자본과 훌륭한 인재가 모이고 있다. 특정 산업에 양질의 인력이 이렇게 모이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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