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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피치마켓 될까]제약없는 롯데렌탈, 플랫폼 구축...하반기 사업개시④2025년 25만대 판매·매출 1.3조 목표...B2C 사업 확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23 07:41:53

[편집자주]

대표적인 '레몬마켓' 중고차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며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투명한 관리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존 업계와의 상생에도 힘쓰겠단 각오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중고차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살핀다. '시고 맛없는' 시장이 대기업 합류를 발판 삼아 달콤한 '피치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8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에 닫혀있던 중고차시장 문을 연 건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수년간 이어진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간 협상 과정에서 총대를 메고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정부는 물론, 시장과 소비자 설득에 앞장선 것도 현대차와 기아다. 수없는 노크 끝에 마침내 문이 열렸다.

그렇다고 수혜를 독점하는 건 아니다. 모든 대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발빠르게 사업 준비에 나선 건 국내 1위 렌터카업체인 롯데렌탈이다. 현대차그룹 덕에 덩달아 시장 진출 기회를 잡게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SK렌터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현대차·기아는 3년간 사업조정안을 따라야 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제약이 없다.

◇'발빠른' 준비 나선 롯데렌탈, B2B→B2C 사업 확대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하반기 중고차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시장 진입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준비에 착수한 건 작년 4분기다. 2022년 역점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사업 기획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고차 B2C 플랫폼 사업 진출이다.

사실 롯데렌탈은 이미 중고차사업을 하고 있다. 렌탈기간이 종료된 중고차를 경매장에서 매각하는 형태로 B2C가 아닌 B2B(매매상사 대상)다. 지난해에만 4만7516대를 팔았다.

'차량 구매→대여(운영)→정비→중고차 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갖춘 셈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경매장(오토옥션)을 직접 운영 중이다. 대부분 내수지만 일부 수출 물량도 있다.

롯데렌탈은 최근 1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중고차 B2C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병행해 시장 선점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소매판매와 할부금융이 결합된 B2C 판매 플랫폼을 갖추고 수출 시스템도 마련해 해외 바이어들이 실시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본격 사업 개시는 올 하반기다. 8월 소매 판매 시범서비스를 거쳐 10월 정식으로 내수·수출 통합플랫폼을 오픈한다. 내년 말까지 중고차 멀티플렉스 형태의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경매장과 연계해 설계하고 쇼룸과 시승, 정비 체험을 위한 공간도 갖춘다.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는 건 △프리미엄 중고차 △경매 노하우 활용 △수출 플랫폼 판매 등 세가지다. 투명하게 정비·사고이력을 제공하고 기존 사업 노하우와 전 차종에 특화된 점검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수출 물량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내수 대비 판매가격이 높아 매출 확대에 보탬이 된다.

목표도 설정했다. 중고차사업에서 올해 7000억원(6만대)을 시작으로 △2023년 8000억원(7만대) △2024년 1조원(15만대)을 벌겠단 계획이다. 2025년엔 연간 25만대를 파는 게 목표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1조3000억원이다. 이후 전체 시장 점유율 10%까지도 넘볼 방침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아직은 B2C 시장 진출을 위한 플랫폼 개발 단계"라며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후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 플랫폼 오픈 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출 15% 증가, '효자' 사업 등극…B2C로 사업 확장

롯데렌탈이 B2C 시장에 진출하는 건 중고차사업 확장 차원이다. 중고차 매각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중 매출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효자'로 꼽힌다. 특히 소매는 B2B 경매 물량보다 매각 단가가 높아 매출 확대와 수익성 제고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유리하다.

롯데렌탈이 지난해 중고차매매로 벌어들인 돈은 6471억원이다. 전년 대비 15% 가까이 증가한 금액으로 전체 매출(2조4227억원)의 26.7%를 차지했다. 완성차 출고 지연으로 인한 수요 급증으로 대당 매각가가 상승한 영향이다. 차량 매입 대수 증가와 수출 호조도 힘을 보탰다.


최근 몇년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중고차사업 매출은 2019년 4563억원, 2020년 566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무엇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커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9년엔 22.3% 수준이었으나 2020년 25.1%를 거쳐 지난해엔 26.7%까지 확대됐다. 이 기간 전체 중고차 매출을 매각 대수로 나눈 매각단가는 각각 1124만원, 1189만원, 1308만원이었다.

갈수록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차량렌탈, 일반렌탈 등 나머지 사업들과 대조적이다. 특히 일반렌탈 등은 매출도 2100억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바꿔 말하면 중고차사업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 입장에선 당연히 더 힘을 주는게 마땅하다.

롯데렌탈은 2024년 중고차사업 내에서 B2B와 B2C의 비중이 뒤집힐 걸로 내다본다. 시장 진출과 동시에 B2C 물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내년 5% 수준에서 2024년 61%로 과반을 차지하고 1년 뒤(2025년) 전체 중고차 물량의 4분의 3이 소매로 거래될 거란 관측이다.

앞선 관계자는 "애초에 막혀있던 시장이 뚫리며 사업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라며 "소매가 경매 물량보다 단가가 더 높을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렌터카, 매각가 상승으로 매출 확대…사측 "B2C 진출 검토 중"

경쟁사인 SK렌터카도 사정이 비슷하다. 렌탈업이 주력이지만 장단기 렌터카로 쓴 차량을 상품화해 판매도 하고 있다. 규모는 연평균 1만5000~2만대 수준이다. 전체 매각 물량 중 70% 가량을 공·경매로 70% 처리한다.

지난해 매출(1조369억원)의 24.1%(2501억원)가 중고차 판매에서 나왔다. 매각 대수가 전년보다 줄었지만 시장 내 호황 분위기가 이어지며 매출은 1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대당 매각가가 전년 동기 대비 28% 가량 상승한 결과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SK렌터카는 B2C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연초 경영실적 발표에서 올해 계획 중 하나로 B2C 중고차 상품 출시를 내건 만큼 조만간 구체화된 내용을 내놓을 전망이다.

SK렌터카 관계자는 "B2C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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