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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DB 머니무브]자본시장의 종합예술…투자처 다양화 절실⑦전문가 "투자자산 다변화로 수익률 제고 필요"

이돈섭 기자공개 2022-05-23 08:09:23

[편집자주]

172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 DB 적립금은 오랜기간 예·적금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돼 왔지만 최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속속 옮겨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DB 적립금 시장 변화 판도를 더벨이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제도와 투자 행태로는 퇴직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 보장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원리금 보장에만 치우치기 보다는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을 넓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창호 신한금융투자 퇴직연금 부서장(사진) 역시 이같은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전문가 가운데 하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Asset Liability Management) 시스템을 선보이고 법인 DB 적립금 유치 성과를 연달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전 금융사 중 IRP 수익률 1위를 차지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기록중이다.

정 부서장은 "최근 30여 년간 국민연금은 연평균 6% 정도 수익률을 냈는데, 이는 여타 연기금 수익률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며 "전통자산 뿐 아니라 대체자산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역시 투자자산을 다변화해 수익률을 제고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간 DB 적립금 유치 전쟁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172조원 규모 DB 적립금의 95.2%가 예·적금과 ELB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증권사 중심의 사업자들이 적립금 일부를 실적배당형으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DB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목소리가 아직은 작은 상황이다 보니, 원리금보장형 상품 중에서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상당 규모의 적립금이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7 % 수준. 사업장 대부분의 DB 적립금이 단일 저축은행 예금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답답한 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건 정책이다. 지난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을 계기로 SK하이닉스가 DB 적립금 중 1000억원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대우건설과 오비맥주, 현대백화점 등도 적립금 일부를 시장에 풀기로 결정하는 등 운용 행태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열리는 시기이다 보니 성공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한온시스템이 2012년 IPS 기반 OCIO 운용방식을 도입, 최근 3년간 연 5% 안팎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손에 꼽히는 성공 사례다. 최근 증시 변동성에 불만을 토로하는 법인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정 부서장은 이어 "DB 적립금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채 문제를 해결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느냐 여부"라며 "미국 증시는 연금 재원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안정적 추세가 자리 잡은 것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 역시 연금 재원이 충분히 들어오면 질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보통 법인들은 DB형과 DC형을 동시에 운영하는데, 근로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복수의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는다. DB 적립금 역시 여러 사업자에 상품 소싱 경쟁을 시켜 가장 높은 금리 상품을 소개받는 게 목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 부서장의 판단이다.

형식적 운용 행태도 지양해야 할 문제다. 국내 한 게임회사는 DB 적립금을 OCIO 콘셉트 사모펀드로 운용했는데, 펀드 자산이 채권으로 구성돼 있었다. 퇴직연금감독규정이 적립금 운용 방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감안했다손 치더라도 지나치게 보수적인 운용행태를 보인 셈이다.

증권사가 OCIO 채널을 통해 DB 적립금을 직접 유치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현행법은 DB 적립금의 일임을 금지하고 있어 직접 유치해 운용하기가 어려운데, 퇴직연금 시장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해선 진지하게 관련 논의를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은 자본시장의 종합예술이라고 믿고 있는 정 부서장은 "자산운용에 대한 노하우와 포트폴리오 구성 등 증권사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많은 법인의 연금 부채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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