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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피치마켓 될까]위기와 기회 사이, 갈림길 선 '업계 1위' 케이카⑤대기업 진출로 직접적 영향 불가피…사측 "기회 요인이 더 커"

유수진 기자공개 2022-05-23 07:42:03

[편집자주]

대표적인 '레몬마켓' 중고차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3월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며 10년 만에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투명한 관리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기존 업계와의 상생에도 힘쓰겠단 각오다. 더벨은 변화를 앞둔 중고차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살핀다. '시고 맛없는' 시장이 대기업 합류를 발판 삼아 달콤한 '피치마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0일 08: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고차업계 1위는 케이카다. 독과점 사업자가 없고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시장 특성상 5~6% 수준의 점유율로 흔들림없이 자리를 지켜왔다.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내세워 지난해 기업공개(IPO)도 마쳤다. 이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자동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하지 않으며 사정이 달라졌다. 대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이 예상되며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반대로 업력에 기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세업체들이 구조조정되고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완성차 대리점 통해 물량 40% 이상 확보, 일부 축소 불가피

케이카는 2000년 출범 후 22년째 중고차사업을 주력으로 해오고 있는 회사다. 소매(80%)와 경매(20%) 방식으로 중고차를 판다. 전국에 46개(작년 말 기준) 지점을 설치하는 등 오프라인 매입·판매망을 갖추고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병행해 사업을 한다.

지난해 매출은 1조9024억원으로 이 중 97.7%인 1조8583억원을 중고차부문에서 벌어들였다. 사실 2020년까지 중고차가 유일한 사업부문이었다. 지난해 조이렌트카를 흡수합병하며 차량렌탈 사업에 진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중고차 의존도가 일부 낮아졌지만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 중고차사업에 회사의 명운이 걸려있다보니 대기업들의 등장이 반가울리 없다.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면 문제 없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신규 진입자들의 사업 방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물량 확보다. 현재 케이카는 다양한 방식으로 차량을 매입하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사들이거나 경매 등을 통해 구한다. 하지만 거의 절반 가량은 완성차 신차영업소(대리점)를 통해 확보한다. 신차 고객이 기존에 타던 차를 대신 팔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케이카 중고차 매입 채널별 물량 비중. 완성차 대리점 물량은 주황색으로 표시. <출처:케이카>

케이카가 완성차 대리점에서 확보하는 물량은 전체의 40~55% 수준으로 파악된다. 채널별 매입 대수 비중(작년 기준)을 살펴보면 고객으로부터의 매입(C2B)이 4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완성차 대리점(43%), B2B(9%), 기타(0.9%) 순이었다.

이런 구조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업체들이 직접 중고차를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접 취급할 수 있다. 케이카 입장에선 주요 매입 채널 하나가 사라질 위기인 셈이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인증중고차로 판매할 '5년, 10만㎞ 미만' 범위에 해당하는 차량은 전체 매입량의 4%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대상 외 물량은 계속 중고차업계에 넘기기로 한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커머스 플랫폼 활용 등으로 C2B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2020년 C2B 36%, 대리점 53%로 집계되는 등 그동안 대리점발이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 뒤집혔다. C2B 비중이 1년새 11%포인트(p)나 확대된 결과다. 케이카가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대리점을 통해 매입하는 차량 중 현대차·기아의 사업 범위에 들어가는 물량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직접 매입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업계 구조조정·시장 이미지 제고 '기대'

중고차산업 전반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진입이 케이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거란 시각도 있다. 기존에 파편화돼 있던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난립하던 영세업체들이 대부분 정리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력 우위를 점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케이카처럼 '살아남을' 기업 입장에선 업계 구조조정이 나쁠 게 없다.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케이카의 올 1분기 시장 점유율은 5.73%다. 작년 2분기 이래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케이카>

케이카는 새로 짜인 판에서 하나의 플레이어로 뛸 수 있는 수준의 덩치를 갖췄다. 최근 몇년 새 빠르게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1조9024억원으로 전년 1조3231억원 대비 4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2020년(377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대기업들이 중고차시장의 이미지 제고에 팔을 걷어붙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차는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해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게 중고차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케이카는 부정적인 업계 이미지가 늘 고민이었다. 무엇보다 중소 규모의 업체들이 품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계기로 시장이 맑아지고 소비자 인식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던 고객들도 시장에 관심을 가져 파이 확대로 이어질 걸로 기대한다.

케이카 관계자는 "'중고차시장'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대기업들이 함께 하면 더 빨리 인식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케이카 입장에선 위기이자 기회"라며 "기회 요인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SK㈜ TF팀으로 출발,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

케이카는 과거 SK그룹 계열사였다. 2000년 1월 SK㈜ 내에서 발족한 TF팀이 시초다. 그해 12월 독립법인으로 설립돼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2012년 대주주가 SK C&C로 변경됐고 이듬해 SK C&C의 중고차사업부(엔카사업부)로 흡수합병됐다.

SK그룹은 2013년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며 사업을 접기로 했다. 2014년 4월 엔카사업부의 온라인부문이 물적분할돼 SK엔카닷컴으로 먼저 떨어져나갔다.

4년 뒤인 2018년 4월 한앤컴퍼니가 엔카사업부의 오프라인부문(SK엔카직영)을 인수했다. 이때 브랜드명을 SK엔카직영에서 케이카로 바꿨다. 사명 변경은 지난해 조이렌트카를 흡수합병하면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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