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23일 07:4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57년 10월 1일, 종로5가 124번지에 위치한 다섯 평짜리 점포에 보령약국이라는 간판이 달렸다. 개업자는 6·25 전쟁을 겪고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한, 약대 출신도 아닌 스물여섯 청년 김승호(현 보령그룹 명예회장)였다.전 재산을 내걸었던 그는 손님이 원하는 약은 서울시내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반드시 구해준다는 영업 방침을 고수했다. 이 성실함은 작은 약국을 계열회사 28개를 품은 중견제약그룹으로 성장시킨 밑거름이었다.
보령은 목 건강을 지키는 용각산, 속쓰림을 달래주는 겔포스에 이어 국산 15호 신약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까지 제약업에 쏟은 60여년의 시간 동안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우며 2021년 매출액 6273억원, 자산총액 85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올해는 더 큰 도약을 준비한다. 글로벌 시장과 헬스케어 분야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상징과 같던 '제약'을 사명에서 떼어냈다. 김승호 명예회장의 손자인 김정균 대표가 본격적으로 보령 경영 전면에 등장한 시점과 맞물린다.
김 대표는 홈페이지에 CEO 편지를 띄우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력 확대를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진 소수 지분 투자가 아닌 특정 회사나 자산에 대한 '전체 인수'를 목표로 한다는 방향성까지 드러냈다.
장기적인 투자처로 '우주 공간'을 가리킨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아픈 사람도 우주 여행을 떠나고 우주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1월에는 미국 우주 개발 전문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에 120억원을 출자했다. 1분기 보령의 당기순이익이 11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단일 회차 기준 가장 대규모 투자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발상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인류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희망한다는 점에서 손님이 필요한 약을 꼭 구해주려던 김 명예회장의 진심과는 일맥상통해 보인다. 신규 프로젝트 속에서 새로운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뜻밖의 여정을 시작한 보령의 미래가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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