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10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의 창립주 고 신용호 회장은 1958년 대한교육보험 개업식에서 서울의 제일 좋은 자리에 사옥을 짓겠다 공언했다. 그로부터 22년 뒤 우여곡절 끝에 종로 1가 1번지에 현재의 교보생명 빌딩이 세워졌다. 광화문 사거리의 '종로 1번지'라는 팻말은 어떤 창업주였어도 탐냈을 만하다.전국의 수많은 엘리베이터 중 첫 번호판도 교보생명 빌딩이 가져갔다. 1번지에 대한 끈질긴 고집 덕분일까, 교보생명은 지난 60년간 국내 생명보험사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했다. 5년 전에는 국내 보험사 최초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인지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교보생명은 종로 1번지를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0년 야심 차게 미얀마 보험시장에 진출했지만 주재 사무소를 개소한 지 한 달 만에 현지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사업을 잠시 연기했다.
해외 진출의 첫 삽을 뜨자마자 난관을 마주한 교보생명이 꺼내든 카드는 다름 아닌 교보증권 내 VC사업부다. 길게는 수십 년의 긴 호흡으로 사업을 펼쳐야 하는 보험업과 옥석을 빠르게 가려내며 전진해야 하는 VC사업부의 만남은 얼핏 들어서는 확 와닿지 않는 조합이다.
교보증권은 2020년 말 신희진 이사를 영입하며 공식적으로 VC사업부를 꾸렸다. 작년 말 국내에서 1호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5호 격의 '동남아시아 디지털혁신펀드'를 결성했다. 교보생명이 1년 전 아쉽게 물러섰던 동남아시아에서 교보증권이 다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주요 투자처는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소재의 기술 중심 혁신 스타트업이다. 교보생명이 해외 사업과 함께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도 결이 맞는다. 교보증권 VC사업부가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기반을 닦으면 교보생명도 다시 이곳에 진출해 두 사업이 시너지를 낸다는 그림이다.
전통이 아닌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업의 특성상 보험사보다 가벼운 몸집을 지닌 VC사업이 길을 트기 때문에 교보생명 홀로 해외로 나설 때보다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 교보생명과 교보증권 VC사업부는 현재 원팀 전략으로 투자 기업을 함께 발굴하고 있다. 이미 10개가량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타 대형 VC에 비하면 규모와 업력 모두 뒤처지지만 교보생명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 때문에 사업 확장은 시간문제다. 향후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까지 진출하더라도 교보생명이 해당 지역에서 구축해둔 인프라가 있어 그룹의 배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올 여름 종로 1가 1번지 교보생명 빌딩의 허리춤을 장식하고 있는 광화문 글판 문구와 교보의 행보가 묘하게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일까. 교보증권이라는 닻을 달고 바다를 건널 채비를 하는 교보생명의 다음 주소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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