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삼성 '금융의 길' thebell desk

최명용 금융부장공개 2022-06-14 08:10:05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0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은 금융 역량의 20%만 썼습니다."

삼성의 금융 계열사 한 고위 임원에게 들은 말이다. 삼성은 어느 곳보다 치열하게 일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금융사 임직원도 하나같이 최대의 역량을 뽑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아직 80%의 역량을 쓰지 않았다니 의아한 말이다.

곱씹어 보면 멀지 않은 곳에 답이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은 100조원 넘는다. 지난해말 기말현금은 124조2100억원이다. 올 1분기말 기준으론 125조8900억원 수준이다.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지난해말 105조8100억원, 올 1분기말 107조84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이 돈을 대부분 은행 예금에 넣어둔다고 한다. 굳이 현금을 불릴 필요가 없다. 잘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한 곳에 투자한다. 해마다 수십조원의 투자를 해야 하니 묵혀두긴 부담스럽다. 금융자산 투자에 대한 고민보단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예금 대신 투자로 눈을 돌리면 어떻게 될까. 삼성증권 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재원을 활용하기 위해 수 많은 글로벌 IB들이 움직인다. 이들이 다시 인적 네트워크가 되고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10여년전 삼성증권이 홍콩에서 외국계 IB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글로벌IB를 추진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이 때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자금력까지 동원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도 막대하다. 삼성생명 자산은 340조원, 삼성화재는 93조원 규모다. 보험 산업의 특수성 탓에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여지는 있다. 조금은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처를 찾고, 대체투자에 나서면 자산 운용의 효율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삼성도 벤처 투자를 한다. 삼성이 투자를 한다고 하면 시장의 주목을 받고 몸값이 크게 껑충 뛴다. 하지만 삼성의 벤처 투자는 말 그대로 기술을 얻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국의 주요 스타트업을 인수한 뒤 내재 기술로 편입한 기억들이 많다.

벤처 투자를 위해 자산을 불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크로스보더 딜에 LP로 참여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삼성벤처투자가 투자를 하고 적당한 시기에 엑시트를 해 잭팟을 터트렸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구설수에 오르는 게 싫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가 보유 현금을 삼성증권이나 자산운용에 맡기면 괜히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특정 업체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나면 특혜 시비도 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서 공격꺼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삼성생명은 오랫동안 정치권의 타깃이 돼 왔다. 삼성전자를 공격하려던 시민단체들의 단골 타깃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수 많은 압력이 가해졌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들려는 공격이다. 조그마한 허점도 보일 수 없었다. 삼성의 금융 DNA는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삼성금융 계열사들은 삼성금융네트웍스란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모니모란 앱을 내놓고 공동 마케팅도 시작했다.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고객수를 단순히 더하면 3000만명에 달한다. 주요 CFO와 CIO들이 자리를 교대하며 새로운 전략 수립에 들어간 모습이다.

때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를 공부하고 경제계에 규제 완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금산분리를 재검토하겠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은행에게 새로운 산업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참에 삼성이 금융 산업을 재정비할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삼성은 몇 해전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사업지원TF와 삼성금융 일류화 추진팀을 꾸렸다. 삼성의 금융이 '일류화'를 이루려면 지금과 같은 보수적 운용만으론 힘들다. 바이오에, 태양광을 해야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게 아니다. 금융 속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 삼성 금융의 일류화를 위해 걸어야 할 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